가다가 흔들릴 때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린다.
나무가 흔들리면 새가 흔들린다.
흔들리지 말아야할 것들이
흔들린다는 것은
하나의 치욕이요,
굴욕이기에
삶 그 자체에 묶여
족쇄가 채워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구름도 흔들거리지만
파도와 맞서 싸우다가 흔들리는 바다를 바라보면
정적 속에서 소리가 깨지는 동적인 힘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나 달려야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고요 속에서조차 흔들리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산다는 것은 그래서 힘든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그래서 힘든 것이다.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있는가하면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상황이 있기에
삶은 죽는 것이자
삶은 살아있는 전설이자
삶이 신화로 남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래,
우리들을 향해 달려오는 수많은 고난과 시련이
우리들을 압박하며 달려들어도
손끝하나 건들지 못하고 달아나는 바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삶은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다.
죽음은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다.
오가는 길목에서
바람 부는 방향만 잘 살펴보아도
우리들의 삶의 해법이 줄지어 서있듯이
눈 한번 감았다 떠보는 것으로
삶을 행복하게
또는 불행하게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들을 그렇게 만드는지는 몰라도
우리들의 생각이
우리들의 발걸음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데로 말하는 것보다
가슴으로 말하는 것이 더 낫듯이
삶은 머리와 가슴 그리고 발로 뛰어다녀야만
삶을 이해하며 깨우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큰 우주적인 안목으로
보다 큰 고요의 극점을 향해 달려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숨 막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13년 5월 5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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