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송구영신(送舊迎新 2007년 ~ 2008년)1

청아당 2007. 12. 31. 23:52

송구영신(送舊迎新 2007년 ~ 2008년)1

 

한해의 끝에 서면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찾는 버릇이 있다.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고 싶은 것이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낫기에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자하는 것이다.

독살스런 한파가

온몸을 엄습하더라도

서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가는 것은 아쉬운 법이고

오는 것은 설레는 법이다.

그래,

오가는 길목에 서있으면

모든 것이 다 지나가는 법

세월도 흘러가고

부귀와 영화도 흘러가는 법

그리고 바람도 흘러가는 법

새해에는 더욱더 아름다운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란다.

가슴을 펴고

활기차게 웃을 수 있는

그래서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깨를 펼 수 있기를 바란다.

경계가 없다는 것은

세월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월은 우리가 선을 그은 순간 생겨난 것이다.

처음부터 선을 긋지 않았다면

세월은 단지

흘러가는 것으로 소임을 다할 뿐이다.

송구영신이라는 말도

생겨날 필요가 없다.

인간이 생각하고

인간이 말하고

인간이 인식하면

역사가 생겨난다.

입을 다문 자연은

역사도 없고

생각도 없고

말도 없다.

오로지 침묵으로

가득한 충만함으로

서있을 뿐이다.

다가가면 손을 내미는

따뜻한 어머니 같은 품으로 서있을 뿐이다.

자연은 보는 것만으로도

풍족하다.

그 어떤 미소보다도 아름다운

넉넉함이 배어있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오가는 송구영신은

바로 따뜻함이 배어있다.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해놓은 자연이

얼마나 고마운가?

발길 닿는 곳이 아름다움이다.

구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껴안고

함께 달리고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달려가는 세월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봐

구름이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오늘밤이 지나면

2008년 새해가 밝아온다.

벌써부터 정동진에서는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밤은 밤이 하얗도록 달려야한다.

전국에서

세계에서

아침 해가 뜨기 전에

힘차게 달려야한다.

 

2007년 12월 31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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