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빈 여백2

청아당 2007. 12. 30. 12:52

빈 여백2

 

마음을 쫓아 살다보면

허공을 잡고 사는 것과 같다.

허공은 채워질 수 없는 공간이다.

채워지지 않았기에

허공인 것이다.

마음은 허공인 것이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그냥 빈 여백으로 놓아두어야한다.

마음은 잡는 것이 아니다.

그냥 놓아두어야한다.

마음이 가는 길목에 앉아서

방향만 잡아주면 되는 것이다.

삶은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힘든 것이다.

마음은 자유분방한데

몸은 자유롭지 못하기에

현실과의 벽이 느껴지는 것이다.

마음만 너무 강조하다보면

서로의 벽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끔씩 깨달음만이 최고라고

오직 깨달음에 살고

깨달음에 죽을 듯이 말하는 사람들은

땅을 밟고 서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만 깨닫고

몸은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평생을 마음을 쫓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살던

삶은 진행되어져가고 있다.

여백 없는 삶은

삭막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마음으로 살던

몸으로 살던

중용의 조화만 잘 이루어진다면

빈 여백은

빛을 발할 것이다.

여백은 남겨둔 것이 아니라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도

빈 여백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누가 와서 채울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성자들조차

허점이 많은 것은

빈 여백 때문이다.

마음은 꽉 채워져 있는 것 같지만

허공과 같이 늘 비어있기 때문이다.

우주를 달리고

지구를 달려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빈 여백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꽉 채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20071230일 일요일

 

빈 여백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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