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일은 무시의 일에 관한 것으로
언어 이전, 사유 이전이며
무언의 가르침이므로 이 글은 해석할 수 없다.”
가고자 하나 갈 수 없는 곳이 있으며
잡고자 하나 잡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언어 이전의 세계
사유 이전의 세계이자
무언의 가르침은 해석하기가 난감할 수밖에 없다.
분명 있다고 말하는데 잡으려고 하면
없으니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분명 없다고 말하는데 놓으려고 하면
나타나니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있고 없음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천지인을 하나로 묶어 본체로 삼고
그 본을 바탕으로 줄기와 가지로 뻗어나가니
비로소 생명이 싹트고 호흡을 얻는다.
호흡은 무에서 시작되어 유에서 완성된다.
호흡은 유에서 시작되어 무에서 완성된다.
이 둘의 관계에서 생로병사가 생겨나며
윤회의 끝자락을 맛보기도 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며
호흡하지 않는다고 호흡이 멈춘 것이 아니며
인과의 원인은 바로 본체에 있으니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
시작은 끝을 향해 달리고
끝은 시작을 향해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직선과 곡선을 만나게 되고
선을 이탈하여 원으로 뛰어들게 된다.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선을 찾아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이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이다.
하나는 말할 수 없는 곳이요
둘은 말할 수 있는 곳이다.
2021년 2월 5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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