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에 채울 수 있는 것은 많다
잔설이 녹지 않은 채
하얗게 덮인 청량산 숲속바위쉼터!
병풍바위로 바람은 막아도
눈은 막지 못하여 생겨난 일이다.
여백은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단어다.
채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이다.
여백은 말 그대로
여백 속에서도 빛이 나야 하기에
여백의 미를 남겨두어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여백은 품을 수 있는 것이 많아야 하며
여백은 배려해야 할 것이 많아야 하며
여백은 하늘과 땅을 가른 후 하나로 합해야 하며
여백은 치유의 뜻으로도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백은 무한한 공간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좋아하며
여백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여백은 순백의 미를 좋아하기도 한다.
한 호흡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은 수없이 많다.
눈 한 번 감았다 떠보면 일 년이 지나가 있거나
달려야 할 곳을 달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거나
생로병사가 한순간에 움직이는 경우가 있거나
심장 깊숙이 칼에 베인듯한 아픔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한 호흡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여백은 그 모든 것을 담는 그릇이다 보니 생겨난 일이다.
2021년 2월 7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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