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송구영신(2019년 ~ 2020년)

청아당 2019. 12. 31. 14:07

송구영신(2019~ 2020)

 

황금돼지띠가 지나가는 한해의 끝에서 뒤돌아보는 것은 힘겨웠지만 그래도 잘 달려왔다는 것이다.

 

숨 가쁜 한해이기도 하지만 희비가 엇갈리는 한해이기도 하다. 움직인다는 것은 실수와 실패가 없으면 안 된다. 완벽한 몸놀림으로 한발을 내딛는 순간 낭떠러지로 떨어지기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달린다는 것은 희망이자 꿈이다. 손에 잡혀야만 성공한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삶도 성공한 삶이다. 어떤 때는 침묵으로 관망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소란스럽게 앞에 나설 때도 있지만 둘 다 장단점이 있기에 좋다. 너무 뒤로 숨는 것도 안 좋지만 너무 앞으로 나서는 것도 경계해야하기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아무튼 올 한해는 뜻 깊은 한해이기도 하다.

 

그래도 못 다한 숙제를 조금이나마 해놓아서 다행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 같다. 어떤 계기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것 같다. 미루고 또 미루다가 이제야 하게 되는 것을 보면 다 때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때를 놓치면 영영 지나가버리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숙성되었다가 다시 터져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떠오르는 영감을 놓쳐버리면 그대로 사장시켜 버린 경우와 같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놓치지 않고 손에 잡을 수 있는 한해였기에 그래서 좋은 것 같다. 물론 부족한 면이 많지만 조금이나마 다듬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금 다시 시작하라고 하면 못할지도 모른다. 그 열정을 다시 불러들이기가 쉽지 않아서이다.

 

마무리까지 해놓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살다보면 흐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흐름에 발맞춰 움직일 때는 조금은 수월하게 움직이지만 억지로 할 때는 잘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아니 머리와 손이 움직여지지 않는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마치 무언가에 꽉 묶여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올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해보면서 한해를 마무리해야할 것 같다.

 

한 바퀴 돌고나면 늘 후회와 미련이 남지만 그래도 수고했었다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싶은 한해였다.

 

20191231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