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양 고속도로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속초앞바다를 뒤로한 채
설악산을 안고 한계령을 넘어갔다.
비가 오는 한계령엔
운무가 수묵화처럼 펼쳐져 있고
고속도로 아래 절벽으론 내린천이 흐르고 있다.
국내 최장 11km인 인제양양터널은
장사진을 치며 백두대간을 거쳐
터널과 터널을 이어가며
‘자연을 품은 내린천휴게소’에 도착했다.
건물디자인은 멋스러운데
내부는 실속이 없다.
규모에 비해 화장실은 비좁고
길다랗게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접근성과 활용도가 뒤떨어진다.
거기에다 직원들의 표정에서
불친절을 밖으로 내뿜고 있어
분위기마저 쌀쌀하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산천은 아름다운데
휴게소는 아늑한 맛이 없다.
겉멋만 잔뜩 들어간 채
실속이 없다보니
감동이 사라진지 오래다.
음식(우동) 또한 짜고 딱딱(소떡소떡)하여
여러 가지로 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인휴게소에서는 소떡소떡이 3,000원인데
내린천휴게소는 3,500원이다.
소시지와 떡을 꼬치에 꽂아놓은 것이
소떡소떡이다.
요즘 유행하는 간식거리다.
용인휴게소의 소떡소떡은 부드럽고 맛있었는데
내린천휴게소의 소떡소떡은 절고 딱딱하다.
용인휴게소의 우동은 맛있었는데
내린천휴게소의 우동은 짜다.
건물과 음식 값은 럭셔리한데
휴게소 분위기는 럭셔리하지 못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본래부터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볍게 용무만 마치고 빠져나왔다.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홍천휴게소를 거쳐
가평휴게소에 도착하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여행객들이 북적이고
호두잣과자가 일품이다.
가평 잣을 구입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산들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운무에 가린 채 멋과 낭만을
뿜어내고 있다.
휴게소는 휴게소다워야 한다.
어깨에 힘주고 서 있는 직원들보다는
어깨에 힘을 빼고 있는 직원들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인간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는
터널 속에 갇혀 경관을 관망할 시간도 없이
순간이동을 한 느낌이다.
중간 중간 호흡할 간격을 빼고 나면
속도감만 살아있다.
그래도 이 길을 뚫기 위해
그 어떤 길보다도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면
경외감마저 든다.
그러고 보면
길은 여러 군데를 다녀봐야
길에 대한 눈높이가 형성되는 것 같다.
2018년 5월 12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인들의 비유법 (0) | 2018.05.14 |
---|---|
비전과 섭리의 사람 요셉8 – 하나님의 영에 감동된 사람 (0) | 2018.05.13 |
속초는 산과 바다가 아름답다 (0) | 2018.05.12 |
외옹치 바다향기로 (0) | 2018.05.11 |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0) | 2018.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