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소금강(누락)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속초공항에 도착하여
소금강을 향해 버스를 탔다.
비포장도로의 추억인
흙먼지 날리는 도로에는
그대로 기억으로 남거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향하는
그런 모양새로 남게 된다.
낙산을 통과하고
양양을 통과하고
주문진을 거쳐
소금강 입구에 도착하였다.
낡은 비석에는
“水水山山處處奇”라는
방랑시인 김삿갓 詩가
한 줄로 쓰여 있다.
반가운 기색이 먼저 반긴다.
이미 암기된 詩이자
금강산에 관련된 詩이기 때문이다.
300여 수의 한시를
머리에 담고 다니다보니
암기된 詩가
보이면
안부부터 묻는 습관이 몸에 배인 것이다.
한시는
5언 절구를 시작으로
7언 절구,
율시,
고시 등으로 분류되어진다.
특히
시선(詩仙) 이백(李白)은
압운보다는
운에 얽매이지 않는 고시를 선호하였고
시성(詩聖) 두보(杜甫)는
압운을 선호하다보니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여
명시를 만드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백은 자유분방한 반면
두보는 일생을 불운한 삶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곡물이 넘쳐난다.
힘찬 폭포수 물줄기 같은 소리가
쿠릉하고 들린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만
곳곳이 기이한 풍광이 많다보면
눈 둘 곳을 모르기 때문이다.
눈도 열어놓고
귀도 열어놓고
오감도 열어놓고
육감까지 열어놓고 다니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언제 어느 때
감동으로
기쁨으로
행복으로
다가올지 모르기에
열어둘 수 있는 것은
다 열어놓고 다니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감동은 어느 한순간에
다가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으면
그냥 스쳐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무릉계곡을 지나
금강사에서
갈증 난 목을 축이고
힘을 내어
구룡폭포를 향해 올랐다.
유명지에는
폭포가 있는 법이고
폭포가 있는 곳에는
계곡이 있고
계곡이 있으면
십자반 같은 널따란 바위가
덤으로 딸려오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다 십자소에
몸을 던져 입수를 한 후
얼음장 같은 물에
몸을 담그다보면
입술부터 새파랗게 변하는 경우가 생긴다.
즐거움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한다.
어떤 계기나 이벤트를 주다보면
감동이나
기쁨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추억으로 자리 잡기 때문에
탁족의 깊이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더구나 이곳이 어디인가?
금강산을 축소시켜놓았다는
소금강(小金剛)이 아니던가?
그러니
그 깊이 또한 얼마나 깊겠는가?
보고 또 보고
만지고 또 만지고
손으로 물을 떠보기도 하고
물에다 달을 빠뜨려보기도 하고
산위로 달을 띄어보기도 하면서
멋과 낭만이 무엇인지를
툭 던져보거나
손으로 받아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겼다.
버스로 흙먼지 나는 길을 달리다보면
어느 덧
저녁이 되어 귀가하게 된다.
山月이다.
말 그대로
산위로 하얀 달이 떠오른 것이다.
얼마나 정취 있는 풍광인가?
차창 밖으로 떠오른
山月인 것이다.
평생 잊지 못할
그림으로 남을 것 같은
추억의 山月이다.
흙먼지위로 떠오른 山月이기에
그 풍광 또한 남다른 데가 있다.
정적이 감도는
山月을 바라보아라!
그 풍광이
얼마나 오래도록
가슴에 남게 되는지를…
생각만 해도
그 추억이 아름답지 않겠는가?
1984년 8월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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