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함양 농월정(누락)

청아당 2017. 6. 5. 14:51

함양 농월정(누락)

 

농월정(弄月亭)에 올라

달밤에

술잔을 기우리며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은

밤하늘에 떠있는 달이다.

 

달을 향해

선승이 가리키는 손가락하고

선비가 가리키는 손가락하고

무슨 차이가 날까?

 

둘 다 같은 손가락인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언뜻 보면

서로 다른 뜻으로

비쳐질지 모르겠으나

그 끝에 이르면

둘 다 같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극함에 이르면 별다른 기이함이 없다

채근담의 내용과 같다할 수 있다.

 

 

옛 선비들이 지어 놓은

살펴보면

달에 관한한

그 누구보다도

표현에 있어 따라올 자가 없기 때문이다.

 

선승이 되었든 지간에

도인이 되었든 지간에

표현에 있어서만큼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달을 희롱하는 것은

둘 다 같다고 볼 수 있다.

 

본래부터 있던 자리를 알아내었다고

자연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 적이 있었던가?

 

선승이 가리켰던

선비가 가리켰던

그냥

그대로의 본모습인 것이다.

 

그 누구에 의해

달의 모양이나 뜻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얼마나 견고한 철학인가?

 

쉽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듯이

달 또한 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달을 희롱하는 농월정(弄月亭)

말 그대로

농월정(弄月亭)이요,

그 누구의 희롱에도

흔들리지 않을 권리가 있고

멋과 낭만을 누릴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농월정은

농월정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자!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바위가 있고

계곡이 있고

물이 있는 곳이기에

더구나 술상을 차려놓고

맘껏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이자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농월정(弄月亭)이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화림동계곡과 함께 마치 계곡의 품에 안긴

모양새를 지니고 있는 곳이 농월정이 아니던가?

 

달바위가

치마폭처럼 넓게 퍼져있고

무릉계곡처럼

계곡물 소리에

귀를 기우려가며

모든 것을 놓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농월정(弄月亭)이 아니던가?

 

바위에 서서 농월정을 배경으로 서있으면

신선이 되거나

선녀가 되거나

도인이 되어

오간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농월정이기도 하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없을 정도로

그 기품과 멋은

무릉계곡을 타고 흘러가는 도화 꽃처럼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어 꽃을 피운다.

 

물소리가 아름답지 아니한가?

도화 꽃이 떠내려가는 모습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19948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