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농월정(누락)
농월정(弄月亭)에 올라
달밤에
술잔을 기우리며
손가락을 가리키는 곳은
밤하늘에 떠있는 달이다.
달을 향해
선승이 가리키는 손가락하고
선비가 가리키는 손가락하고
무슨 차이가 날까?
둘 다 같은 손가락인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언뜻 보면
서로 다른 뜻으로
비쳐질지 모르겠으나
그 끝에 이르면
둘 다 같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극함에 이르면 별다른 기이함이 없다’는
채근담의 내용과 같다할 수 있다.
옛 선비들이 지어 놓은 詩를
살펴보면
달에 관한한
그 누구보다도
표현에 있어 따라올 자가 없기 때문이다.
선승이 되었든 지간에
도인이 되었든 지간에
표현에 있어서만큼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달을 희롱하는 것은
둘 다 같다고 볼 수 있다.
본래부터 있던 자리를 알아내었다고
자연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 적이 있었던가?
선승이 가리켰던
선비가 가리켰던
그냥
달
그대로의 본모습인 것이다.
그 누구에 의해
달의 모양이나 뜻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얼마나 견고한 철학인가?
쉽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듯이
달 또한 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달을 희롱하는 농월정(弄月亭)은
말 그대로
농월정(弄月亭)이요,
그 누구의 희롱에도
흔들리지 않을 권리가 있고
멋과 낭만을 누릴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농월정은
농월정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자!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바위가 있고
계곡이 있고
물이 있는 곳이기에
더구나 술상을 차려놓고
맘껏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이자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농월정(弄月亭)이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화림동계곡과 함께 마치 계곡의 품에 안긴
모양새를 지니고 있는 곳이 농월정이 아니던가?
달바위가
치마폭처럼 넓게 퍼져있고
무릉계곡처럼
계곡물 소리에
귀를 기우려가며
모든 것을 놓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농월정(弄月亭)이 아니던가?
바위에 서서 농월정을 배경으로 서있으면
신선이 되거나
선녀가 되거나
도인이 되어
오간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농월정이기도 하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없을 정도로
그 기품과 멋은
무릉계곡을 타고 흘러가는 도화 꽃처럼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어 꽃을 피운다.
물소리가 아름답지 아니한가?
도화 꽃이 떠내려가는 모습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1994년 8월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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