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굴암(누락)
신비는 신비라 말하지 않는다.
평범은 평범이라 말하지 않는다.
신비는 신비 그 자체로 아름답고
평범은 평범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보아라!
저 미소 띤 부드러운 웃음을
그 누가 저런 미소를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폭포가 있는 곳에
무지갯빛이 떠있듯이
비온 뒤에
무지개가 떠오르듯이
그렇게 신비는 신비롭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불국사를 거쳐
석굴암에 도착하면
그 누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고개부터 숙이지 않던가?
단지 정숙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두가 입을 다물 듯이
오로지 침묵과 정적만이 감도는
고요의 극점만이
미소로 번져
우리들의 영혼을 사로잡지 않던가?
이미
시작도 끝도 없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잡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끝이요
놓는 순간 다시 나타나는 것이 시작이듯이
우리들은
이미
시작과 끝의 경계에 들어선 것이다.
만져도 만져지지 않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
그래서
우리들의 가슴을
텅 비게 만든
그런 모습으로 서있는 것이
석굴암이다.
더 이상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말하는 순간
사라지고
침묵하는 순간
나타나는 곳이
석굴암인데 말이다.
1995년 8월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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