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노부부의 아름다운 만남

청아당 2016. 1. 18. 17:47

노부부의 아름다운 만남

 

바람처럼 달려온 아내의 눈빛만 바라보아도

힘이 절로 생겨난다고 합니다

 

홀로 병상에 누워있을 때는

수면을 취하거나 모든 것이 귀찮을 정도로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노부부의 만남 앞에선

편안하면서도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은

함께해온 세월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생겨나고

손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생겨나기에

호흡과 호흡이 겹칠 때

희열이 느껴지듯이

그런 만남과도 같은 해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자식들이 찾아오고

바쁜 와중인 일요일에도

목회자와 장로님께서 병실을 방문해준 것만 해도

힘이 절로 생겨난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부인께서 흑임자죽을 드시면서

“사람은 늙을 것이 못된다.”고 하자

옆에 있는 환자가 빙긋이 웃습니다

누가 늙고 싶어 늙겠냐고 말하면서

그저 웃고 맙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명상을 즐기는 사람들한테는 유용하지만

환자에겐 하루가 10년 같고

삶의 의욕이 꺾이는 나락의 세계이기에

자주 찾아뵙거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생겨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자는 보호자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따뜻한 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저 말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내거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보면

부모자식보다는 반려자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늙을수록 말벗이 되어줄 수 있는 반려자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계인 것 같습니다

 

2016년 1월 3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