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병실이동

청아당 2016. 1. 18. 17:44

병실이동

 

다른 병실로 옮긴 후

하룻밤을 지낸 소감이 어떠하시냐고 물어보자

기분이 좋고 편안하다고 하신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 부딪치고 있는 것은

매우 다르다고 하신다

 

등 쪽에 욕창이 나지 않도록

깔아놓은 에어매트리스 때문에

날마다 고통과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고 하신다

 

몸이 쇠약해지다보니

에어매트리스에 닿는 뼈마디가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기위한 몸부림 속에

필요악(必要惡)

돌처럼 단단하게 박혀있었던 것이다

 

몸보다 마음이 편해야 지낼만한 것처럼

병실이동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좀 더 안정적이면서

편안하게 투병생활을 해야 하기에

병실이동은 잘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전 병실의 구조가

창문하나 없이 밀폐된 공간이라

낮이 밤인지

밤이 낮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서서 걸을 수 없는 환자는

그야말로 생지옥을 경험해야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환경이라고 말하신다

 

그리고

병실구조가 이상하게 전개되어져있어

환자들 간에도 대화나 소통이 되지 않아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분위기 하나는 좋아야한다고 본다

 

특히 환자들 간의 분위기는

하루빨리 쾌유를 바라는 의미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언제 어느 때

이승과의 결별이 찾아올지 모르기에

투병생활 또한 치열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전 병실에서

많이 호전되어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사와 주치의 그리고

간호사와 조무사의 힘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특히 한 달 전에

호흡기내과 과장께서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 같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지만

지금의 병색으로는 올해를 넘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15년이 아닌

2016년을 맞이해도 좋다는

그런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새로 옮긴 병실에서

가장 노령인 환자는 96세이시다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은 몸놀림과 삶에 대한 열정적인 모습은

가히 본받아야할 정도로 정정한 모습으로 서계신다

 

병실에 있는 환우 분들의 공통된 느낌은

쌩쌩하게 날아다니실 정도로 건강미가 넘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움직인다는 것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계기이자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2015년 12월 30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