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기적도 노력해야 이루어진다

청아당 2016. 1. 18. 17:45

기적도 노력해야 이루어진다

 

2015년 12월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호흡기내과 과장의 예측은 빗나갔다

 

2016년 새해를 맞이하여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의사와 주치의, 간호사와 조무사,

물리치료사,

목회자와 지인들

보호자의 노력이 일심동체가 되지 않았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노쇠하다보니

언제 어느 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호흡기내과 과장께서도

진인사대천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걱정 어린 사례를 통해

말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승과의 결별을 선언해버린다면

그것처럼 곤란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 호흡기내과 과장의 예측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측이 빗나가기를 바랐고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뿌듯함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해들은 말에 의하면

하루나 한 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환자가

한 달에서 수개월

그것도 부족할 때는

10년 이상씩

기적을 행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홀로 누워있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바람조차도 불지 않는 정적 속에서

얻어야할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지만

생명과 생명이 연결된 세계에선

기적과도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들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부정적인 측면으로 이해하려들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참으로 인생의 오묘한 맛을 느끼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로 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삶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기적이지 않은가

 

우리들의 평범함으로

하늘을 감동시킬 만큼 정성을 들인다면

그 또한 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겠는가

 

그 무엇으로도 연결고리를 풀어낼 수 없을 때 나타나는

기적은

결국 사람들의 몫이 아닌가

 

알면서도 앞을 향해 달려갔고

모르면서도 앞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는가

 

신명한 기운이 온몸을 감쌀 때

우리들에게 주어진 실낱같은 희망이

꿈처럼 달려오지 않았는가

 

그저 잡고보고

그저 놓고 보는

그런 기적으로 승화시키지 않았는가

 

기적도 노력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듯이

간절함이 뼈에 사무칠 때 일어나는 것이

바로 기적이 아니겠는가

 

2016년 1월 2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