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처럼 질긴 것도 없다
적적하면 수면에 들 수밖에 없다
몸도 마음도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이다보면
수면을 즐길 수밖에 없다
숨쉬기가 힘이 들어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하시기에
조무사의 도움을 받아
병상에서 휠체어로 옮겨 태웠다
병동을 한 바퀴 돌며
그동안 익숙하게 지내왔던
바깥세상에 대해 보여드렸다
오랜만에 휠체어에 탄 채 균형을 잡아보니
침상에 누워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씀하신다
휠체어를 태워드린 후
저녁때 다시 들려보니 조무사께서 말해주신다
휠체어를 타고난 후
피곤함이 몰려와 깊이 잠에 빠졌다고 하신다
모든 것을 놓으면
꿈도
희망도 놓게 된다
어떻게 태어난 생인데
어떻게 살아온 생인데
마지막 가는 길이 이리도 질기고 힘이든가
쇠심줄보다 더 질긴 것이 목숨 줄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면
목숨처럼 질긴 것도 없다고 말씀하신다
자식들도 자식들이지만
침상에 누워
아무런 희망이 없는 나날을 보내느니
차라리 영면에 들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우리에게 주어진 목숨 줄이 어떤 존재인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목숨 줄이 아니기에
어찌 함부로 목숨 줄을 끊을 수가 있으리오
끊는다고 끊어질 목숨 줄인가
생명줄은 대기층을 뚫고 나가는 우주의 관문이자
온 우주를 껴안고 있는 형상이기에
신의 허락이 없는 한
함부로 생명줄을 끊을 수가 없다
마음먹는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듯이
천재나 성자들이라고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듯이
우리들의 의지대로 되는 것보다는
하늘의 뜻에 의해 성사되는 경우가 많기에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면
참고 또 참으며
냉혹한 현실을 견뎌내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으면
이러한 고통을 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시다
우리는 그저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것보다
건강하게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한편으론 옳은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조용히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는 겸손으로 경건하게 기도를 드리며
오늘 하루도 잘 지냈다고 그렇게 말하면 되는 것이다
더는 말하지 말자
더는 듣지 말자
더는 고통을 극복하려들지 말자
모든 것은 하늘의 뜻에 맡기며 순리대로 사는 것
오히려 그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8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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