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날씨는 추운데 저는 춥지 않습니다

청아당 2016. 1. 19. 13:34

날씨는 추운데 저는 춥지 않습니다

 

바깥 날씨가 춥냐고 묻자

날씨는 추운데 저는 춥지 않습니다했더니

옆에 있던 환자가 웃는다

 

날씨는 추운데 몸이 춥지 않다는 것은

남다른 각오로 병원을 찾아다닌다는 의미도 있지만

혹한보다 더 추운 것이 목숨 줄이기 때문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일 때문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하늘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듯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은

한정된 자신감과 나약한 몸뿐이다

 

그래도 계절은 돌아가고 있고

나대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삶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목소리는

노크 없이 언제든 방문할지도 모르기에

죽음보다 더한 것이 삶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의지보다는

하늘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생사를 오가는 길엔

반드시 갈등이 생겨나는 법이다

 

살아도 죽어있는 것 같고

죽어도 살아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아는가

 

날씨에 따라

우주만물이 변하듯이

그렇게 살아온 삶이

그렇게 죽어간 죽음이

우리들 곁에 떠돌며 숨을 쉬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또 다른 삶이자 죽음인 것이다

 

2016년 1월 8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