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너무 지체하면 그것도 미안한 일이다

청아당 2015. 5. 28. 18:52

너무 지체하면 그것도 미안한 일이다

 

가야할 길을 놓아두고

너무 지체하면 그것도 미안한 일이다

 

그래, 수고했다

그래, 행복했다

 

여기서 머물 시간은 많지는 않지만

잘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이 더 많은 것을 보면

삶의 끝은 후회와 자책의 길로 가득하고

삶의 시작은 꿈과 희망의 길로 가득하다

 

홀로 남겨지거나

홀로 서있다는 것은

더 이상 놓거나

더 이상 잡을 수 없다는 말과 같기에

오히려

삶을 지탱할 무게가 없다는 말과 같다

 

살고 싶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죽고 싶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바람처럼 살다가도

구름처럼 살다가도

 

때 되면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이 이승이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것이 저승이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세월과 함께 달려온 분신 같은 발걸음

‘그래, 수고했다’

이 한마디만 건넬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살아생전

생로병사를 거치며

때로는 잡초처럼 살아왔고

때로는 황제처럼 살아왔듯이

우리들의 삶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것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살아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생을 마감할 때

미소를 짓거나

손을 흔들며 떠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래, 수고했다

그래, 행복했다

또 다른 세계에서 만나거든

악수나 하며 지내자꾸나

 

2015년 5월 28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