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지체하면 그것도 미안한 일이다
가야할 길을 놓아두고
너무 지체하면 그것도 미안한 일이다
그래, 수고했다
그래, 행복했다
여기서 머물 시간은 많지는 않지만
잘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이 더 많은 것을 보면
삶의 끝은 후회와 자책의 길로 가득하고
삶의 시작은 꿈과 희망의 길로 가득하다
홀로 남겨지거나
홀로 서있다는 것은
더 이상 놓거나
더 이상 잡을 수 없다는 말과 같기에
오히려
삶을 지탱할 무게가 없다는 말과 같다
살고 싶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죽고 싶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바람처럼 살다가도
구름처럼 살다가도
때 되면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이 이승이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것이 저승이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세월과 함께 달려온 분신 같은 발걸음
‘그래, 수고했다’
이 한마디만 건넬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살아생전
생로병사를 거치며
때로는 잡초처럼 살아왔고
때로는 황제처럼 살아왔듯이
우리들의 삶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것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살아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생을 마감할 때
미소를 짓거나
손을 흔들며 떠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래, 수고했다
그래, 행복했다
또 다른 세계에서 만나거든
악수나 하며 지내자꾸나
2015년 5월 28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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