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여행이란 시인이 되어야한다

청아당 2015. 6. 2. 09:48

여행이란 시인이 되어야한다

 

여행이란?

자연과 함께 대화를 나누기 위해 떠나는 것처럼

우주와 함께 교감을 나누기 위해 떠나는 것처럼

시인이 되어야한다

화가가 되어야한다

음악가가 되어야한다

문학가가 되어야한다

철학자가 되어야한다

묵언수행자가 되어야한다

 

때로는

자연을 흔들고

우주를 흔들려면

영적감각이 뛰어난 심안(心眼)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그리고

태풍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연이 되어야하고

중용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우주가 되어야한다

 

달릴 수 없으면 서있어야 하듯이

서있을 수 없으면 달려야하듯이

단 한시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삶의 에너지가 바닥이 날 때까지

달릴 수 있는 데까지 달려야하고

서있을 수 있는 데까지 서있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은

길 없는 길을 찾아 나서는 것처럼

끊임없이 길을 향해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훌훌 털어버린 채

홀로 여행을 떠난다고

홀로 가서는 안 된다

 

여행지마다

지역민과 교감이 있어야하고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아야하고

냉정함이 무엇인지 알아야하고

삶의 시작과 끝에 서있는

여행길에서

낯선 이미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한다

 

표현할 수 없으면

묵언으로 말해야하듯이

그 자리에 선 이상

눈을 감거나

마음이 흔들리거나

바람에 휘날려서는 안 된다

 

전설이 전설을 노래하듯

망부석(望夫石)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거나

또 다른 진리를 발견하거든

고요 속에서 정숙해야만 한다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든

남을 위한 것이든

자연 속에서 발견해내야 하는 금강석이기에

우주 속에서 발견해내야 하는 심안(心眼)이기에

우리들의 발걸음은 촉각을 세워가며

오늘도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야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조용히

나 홀로 발견해야하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31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