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걸어본 적이 있는가
우주 한가운데에
홀로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는가
끝도 시작도 없는
둥근 원에 뛰어들어
영원히
잠들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
가야할 길도
멈춰야할 길도
모두 다 포기한 채
홀로 걸어본 적이 있는가
생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의문조차 품어보지 못한 채
홀로 달려가 본 적이 있는가
늘
끝에 다다른 곳은 처음이요
처음에 이르면
또다시
끝을 향해 달려야만 했던
우리들의 발걸음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고
멈춰도 시작이 보이지 않는
바람과도 같은 우주가
우리들 주변을 맴돌고 있을 때
숨 가쁘게 달려가 본 적이 있는가
간다고 다 가는 것이 아니듯이
온다고 다 오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들의 숨소리에 의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우리들의 발걸음에 의해
달려가고 있음을 느끼고
우리들의 손에 의해
생사를 넘나들며
우리들의 생을 되돌아보는
그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더 이상
놓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그런 곳에서
마음과 온몸을 다 던져
생에 대한 구분이 없는 곳에서
목청껏 소리쳐본 적이 있는가
다시는 볼 수도
다시는 만질 수도 없는
그런 곳에서
우주를 향해 침묵해본 적이 있는가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곳에서
고요를 흔들어본 적이 있는가
눈뜨면 세상이 보이고
눈감으면 우주가 보이는
그런 공간을
접해본 적이 있는가
더 이상 우리들의 생각을
더 이상 우리들의 가슴을
더 이상 우리들의 영혼을
시험하지 말라
홀로 서있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또다시
무엇을 얻게 하려하고 있는가
놓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그런 곳에서
춤추며 노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는가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아
침묵으로 일관하고
고요로 일관하며
적멸의 세계에 들어간 본 적이 있는가
2015년 1월 12월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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