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우리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죄2

청아당 2013. 4. 1. 17:53

우리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죄2

 

좋은 일로 시작하여

좋은 일로 마무리하고자 하였는데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글이란 위안이나 자극을 줄 수도 있지만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기에

자신을 세 번 되돌아본 다음

말을 해도 늦지 않다는 성현들의 말씀이야말로

후세사람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번 나온 말은 다시 거둬들이기 어렵기에

한번 엎어진 물은 다시 주워 담기 어렵기에

생겨난 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우리에게 주의해야할 규칙이 어디 말뿐이겠는가?

말과 행동 그리고 그 뒤에 서있는 추억과 반성이라는

올가미가 씌어져 있어 더욱 크게 와 닿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자연이야말로

실수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그 어떠한 난동을 부려도

그 어떠한 폭동을 일으켜도

그리고 천둥과 번개로 천지를 뒤흔들어도

사람과 동물과 식물에게

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그리고 그 어떠한 반항에도

소리한 번 내지 않고 감싸주는 것을 보면

자연이야말로 우리들에게 베풀어진

삶의 장소이자

소중한 벗으로 통하기에

무조건적인 용서로 함께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폭풍과 비바람, 폭설과 눈보라 그리고 혹한을 쏟아내며

우리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자연한테만큼은

그 모든 것을 우리들 스스로에게 잘못을 되돌리며

자연을 두둔하거나 감싸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가를 떠나서

그동안 우리들 곁에서 함께해온 삶이자

우리들의 동반자이기에

마치 한솥밥을 먹고사는 한 가족처럼 정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용서와 배려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산길을 걸을 때나

숲길을 걸을 때나

호흡이 편한 것을 보면

자연이야말로

상처를 아물게 하는 능력자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병 주고 약주는 형상이지만

우리들의 품속에 그려져 있는 자연만큼은

그 어떠한 동작과 행동에도 놀라지 않는

초월된 침묵으로

스스로 자연 앞에 무릎을 꿇거나 손을 놓아버리는

무심의 경지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명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모두 다 놓아버리게 하는 힘은

우주의 절대적인 힘이자

자연만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자고나면 오류투성이의 발걸음들이 걸어 다니고 있는 세속에서

건져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어떤 이는 땅을 향해 달리거나

어떤 이는 하늘을 향해 달리거나

어떤 이는 바다를 향해 달리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죄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슴으로 살아가고 있는 성자들마저

악의 축에 끼여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원죄와 후천적인 죄

모두 다 뜨거운 용광로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만 움직인다하여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아니기에

자나 깨나 우리들은

죄의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누가 죄의 구속을 벗어나게 할 수 있겠는가?

나를 나라고 말하지 못하는 지금의 나조차

그 뿌리가 의심스러울 정도인데

회개한다고

죄의 뿌리가 사라지겠는가?

그래도 회개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기에

눈만 뜨면 회개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회개란 자신을 반성하는 일도 되겠지만

우주 신에게 고백함으로써

천국으로 통하는 하늘 문이 열리고

마음 적으로나마 위안을 받고자하는데서

출발하고 있듯이

죄를 짓고

회개하고

반복적으로 죄를 지으며

회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날들이 모여

큰 산을 이루고

큰 바다를 이룬 다해도

그리고 회개한 후

뒤돌아서자마자 죄를 짓는다 해도

끊임없이 쉬지 않고 회개만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매력은 없을 것이다.

비록 한낱 물거품이 될망정

회개하면서 죄 속에서 또 다른 죄를 양산해내며 살아갈지라도

그 모든 죄는 용서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용으로 감싸여질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죄를 죄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죄가 되고

죄를 죄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이 무죄가 된다.

참으로 묵중한 세월의 힘이자

무서운 삶의 철퇴가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 손발을 묶어두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원통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보다 더 처절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눈 한번 감으면 그만인데

눈 한번 감기가 그렇게도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삶이라는 족쇄에 걸려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기에

그 누구도 하늘의 명령 없이는

스스로 생명을 버릴 수 없는데서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야할 길은 많은데

멈춰할 길은 많은데

바람보다 더 빠르게

파도보다 더 빠르게 달려갈 수 없어 생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죄보다 더 큰 죄는 운명이요

운명보다 더 큰 죄는 숙명이요

숙명보다 더 큰 죄는 삶과 죽음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끝없이 달려보자!

누가 먼저 지치는지

그렇지만 우리들의 발걸음은

벌써부터 하늘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죽음보다 더한 삶속에서 발견되어지는 깨달음이기에

그나마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아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2013년 3월 31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