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장 - 두 번째(활래정과 금강송이 있는 곳)
발걸음이 가볍다는 것은
눈으로 볼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구에 펼쳐놓은 차 한 잔의 여유를 담은 정자
활래정活來亭엔
연꽃이 하늘을 떠받치며 서있고
걸음마다 놓인 아침 산책의 깊이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금강송의 풍성한 넓이와 두께
하늘과 맞닿은 높이로
감동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렇다.
보고 만지며 느끼는 감동보다는
가슴에서 절로 흥이 일어나야
진정한 감동이듯이
감동은 마음의 뿌리에서 출발하여야
제대로 된 감동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질긴 사람의 목숨만큼이나
세월을 등에 업고 달려온 그 시간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
직선과 곡선의 미학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오솔길을 걷는 내내
수백 년을 건너온 소나무를 향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우리가 그리워하면서 꿈을 꾼 곳
바로 그곳이 대한민국의 꿈이자 천국이듯이
한국적인 가장 한국적인 명당자리의 선교장
경포대에 서있는 노송보다도
더 많은 세월이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
자연에서 자연을 얻은 후
자연과 가장 동화된 전통한옥이자 명당인 선교장엔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가고
수많은 발걸음들이 다녀가고
수많은 감동이 일어난 곳이자
한국의 자연에 묻혀 야생으로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한발 한발 이렇게 뜨겁게 걸어본 적이 있었던가.
눈을 높이지 않아도
마음과 함께 발걸음이 먼저 닿는 곳이기도 하다.
이만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한옥으로써
손색이 없을 정도의 깔끔한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들의 자긍심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
기쁨과 즐거움에 젖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지기도 한다.
그렇다.
전통을 지키기 위한 전통보다는
시대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되어가고 있는 전통은
한편으론 가슴 아픈 일로 기억되어지기도 하겠지만
살아있는 자의 눈으로 새롭게 변화되어져가는 일이기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일이자
다음 생의 행복을 보장받는 일이기에
잡아도 잡을 수 없는 허공으로
침묵과 깨어남으로 번갈아가며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사랑채인 열화당悅話堂엔 작은 도서관이 비치되어져 있어
두발 뻗고 책상을 마주하고 있으면
‘선교유거仙嶠幽居’의 현액이 품고 있는 뜻이 저절로 풀리며
신선이 머물다간 그윽한 향기로 다가서기도 한다.
반드시 산에만 있어야 신선이 아니라
이렇게 솟을대문에 새겨놓거나
열화당에 현액으로 펼쳐놓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의 경지에 머물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
본다는 것은 천릿길을 달리게 하고
안다는 것은 만 리길을 달리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소리 없이 걷기만 해도 경포호수를 배경으로
산천초목을 향해 포효하는 바다를 맞이할 수가 있고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끌며
제일먼저 최초의 한문소설인『금오신화』의 저자이자
생육신의 한분인 매월당 김시습 선조께서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오죽헌과 경포대가 줄지어 서있다.
그리고
밤낮으로 월파정月波亭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빛은
시인묵객들을 불러들이거나
풍류의 바람을 맞이하며 경포호수 건너편으로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과 누이(누나)이자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생가가 자리하고 있어
강릉의 중심지가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지 까지 소상하게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밋밋한 여행으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를
꽃마차로 치장하고 있는 경포해수욕장엔
경포해안도로를 꽃마차로 돌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해안도로를 돌다보면
꽃마차의 요란한 치장보다는 말발굽소리에 놀란 연인들이
먼저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주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경포해수욕장엔
횟집과 카페의 거리가 줄지어 서있어
언제든지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낭만의 멋이자 즐거움의 끝이 어디인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모두 다 눈에 담아올 수 없는 일이지만
나그네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감동이 클수록
우리들의 꿈은 더욱 크고 아름다운 행보로 기억되어질 것이다.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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