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하나가 된 道
바람과 함께 산 속을 다니다보면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바위에 앉아 바둑을 두기도하고
어떤 때는 계곡과 계곡사이에 놓여있는
기암괴석의 벽을 타고 생활을 할 때도 있습니다.
더우면 바위에 걸터앉아 뼛속 깊이 차가운 물에
탁족을 즐기기도 하고
추우면 얼음을 깨뜨려 온천처럼 김을 뿌리며
목욕을 하기도하고
폭포수 밑에 앉아
물벼락을 맞으면서 명상을 즐기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꿈은 무엇인가?
산에서 살 수 없으면
세상에 나와 살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서 살 수 없으면
산에 들어가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뒤돌아 선 우리들과 하나가 된
공허한 하늘과 끝없는 수평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산은 경계가 따로 있지 않고
이미 하나로 묶여있는 밧줄과도 같습니다.
서로가 눈을 밝혀 아무리 살펴보아도
경계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들은 이미 하나가 되어
둘을 찾을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세상 사람들은 산을 욕하고
산은 세상 사람들을 욕하고 있지만
산은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다는 산을 그리워하듯이
이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눈을 감고 명상에 젖어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있어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자연이 있기에 우주가 있는 것처럼
우주가 있기에 자연이 있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은 이미 깨달음을 얻은
도인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깨달음보다 더 강한 것이
세상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기에
따로 말하지 않아도 침묵을 지킬 줄 알고
따로 말하지 않아도 묵언을 사용할 줄 알고
따로 말하지 않아도 우주적인 느낌을 알고 있기에
바람 한 번 부는 것으로
구름 한 번 흘러가는 것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가 따로 깨달음을 가르쳐주거나
전수해주지 않았는데도
말로 깨닫거나
몸으로 깨닫거나
피부로 깨닫거나
느낌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보다 더 깊은 것이 침묵이라 말하고 있지만
침묵보다 더 깊은 것이 묵언이라 말하고 있지만
아는 만큼 깊이를 알아가고
느끼는 만큼 한없이 깊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말하지 않고 느끼는 일이지만
이보다 더 분명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달이 뜨면 달을 바라보고
해가 뜨면 해를 바라보며 자라온 우리들이기에
그 깊이 또한 달보다 더 깊고
해보다 더 깊은 뜨거운 열정이 가슴에서 타고 있습니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가슴을 열어
세상을 향해 열어 보이기도하고
우주를 향해 열어 보이기도 하면서
이보다 더 명확한 것은 없다고 침묵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이 얼마나 황홀한 장면입니까?
빈곳에서
너와 나를 구분할 수 없는
선 없는 선율처럼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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