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문
이승에서 보는 눈은 하늘과 땅밖에 안 보인다.
울화통이 터지는 사건이 터져도
묵묵부답이다.
아무리 침묵이 좋은 것이라고는 해도
괴성을 질러야할 때는 괴성을 질러야한다.
그래야 가슴이 후련해지고
하늘 문이 열린다.
답답하게 가둬 논 족쇄는
가슴을 옥죄어 하늘을 쳐다보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하늘 문은 비밀의 문이자
역사가 저장되어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바람을 불러들이거나
구름을 불러들이거나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손수 밭을 갈고
손수 꽃을 심어가면서
계절에 따라 채소를 따서 먹거나
과일을 따서 먹거나
향기로운 시골길을 걷거나
눈이 즐거운 여행을 할 때
우리들에게 좋은 것은 생동감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단순한 미로를 향해 달리다보면
우주적인 혼돈 속에 빠져들어
서있는 그 자리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은
삶의 역사요
역사위에 세워진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는 일이다.
역사가 없는 나라는
민족도 없듯이
민족을 세우기위해서라도 역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예부터 강대국은 역사를 만들어왔지만
약소국이나 빈민국은 역사라는 말조차 들어보기 전에
사라지거나 지배를 받으며
민족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시대를 불문하고
왜, 역사에 대해 큰소리치는지는
민족이 있는 나라로서
더 큰 민족으로 성장하기위해
더 큰 역사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붓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역사 없는 나라보다는
역사가 살아있어야 하늘 문이 열리기에
온몸을 불사르며
가시나무새가 되거나
불사조가 되어
하늘 문으로 통하는 길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곳이 지도상에 나와 있지 않는
우주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라 하더라도
우리들은 역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그 모든 혼란과 혼돈을 흔들어 깨워야한다.
이 얼마나 장쾌하고 통쾌한 일인가.
가슴속에 새겨진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곧바로 하늘 문으로 통하는 길이기에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역사를 향해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들의 가슴은 늘 한곳을 향해
바람 따라 달리기도 하고
구름 따라 달리기도 하면서
하늘과 땅을 향해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린다.
그것도 경건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으로
수천 년을 달려온 입소문으로
수만 년을 버텨온 큰 역사로
정한수(井寒水) 한 그릇을 떠놓고
하늘 문으로 통하는 길목에서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있다.
2012년 8월 26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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