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하는 자연
바람 한 점 없는 숲 속의 나무들
산 먼지 풀풀 나는 둘레 길을 돌다보면
하루해가 다 간다.
침묵을 좋아하는 자연일지라도
가끔씩은 일탈을 꿈꾸며
하늘을 날거나
땅을 갈라지게 하여
고요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흔들어 깨운다.
이 얼마나 양면성의 얼굴인가?
그처럼 눈을 즐겁게 하고
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자연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바람으로 밀어내며
계곡에 물이 흐르도록 태풍을 불러들이거나
산사태를 일으키고
폭염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까지
사람들에게 반칙의 법칙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자연을 원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잘못으로 되돌리게 하면서
천재가 아닌 인재의 결과로 몰아붙이고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지만
내숭을 떨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의 본연을 지키고 서있다.
자연이란 이름은 자연을 흔들지 않겠다는 강한 의미가
호흡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있다.
온몸을 흔들어보아도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자연만이 지닌 참으로 지극한 혼란을 심어놓고 있는 것이다.
구름과 바람이 한 몸으로 움직이거나
나그네가 자연을 벗 삼기 위해 삿갓을 눌러쓰며
전국을 소요할 때
오늘도 자연만의 매력으로 지축을 흔들고 있다.
2012년 8월 23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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