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나무
가야할 길을 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오솔길을 걸으며 산바람을 쐬어도 좋고
곡선의 예술성을 강조하며
자신보다 크면 자신을 낮추고
자신보다 작으면 자신을 높이면서까지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소나무
손과 손을 잡거나
얼굴을 맞대가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드는
한국의 소나무
못생긴 소나무가 산을 지키듯이
직선의 미학보다
곡선의 미학을 탐미하며
두 그루는 빛을 따라 머리를 들고
다섯 그루는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다.
역사보다 깊고
예술보다 깊은
학의 날개를 펴고 있는 소나무는
자연 그 자체이자 힘차게 달려온 바람을 위해
그늘을 만들어놓고 있다.
한없이 쉬어가거나
잠깐이라도 숨 돌릴 틈을 만들어 주는 소나무가 있기에
한국의 저력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거나
쉼터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조용한 행보가 있었기에
삶의 질을 높일 수가 있었고
안목을 키우는 멋을 부릴 수가 있었다.
간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달린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그늘이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가 있었기에
달려드는 바람을 받아
백우선을 날릴 수 있듯이
우리들의 멋은 내면에서 숨 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보다 더 깊은 내면의 멋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은 고요하고
소나무 또한 고요하고 조용하다.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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