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15호 태풍 볼라벤
인천대교는 초속 70m 에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져있다.
2003년 9월 14일 14호 태풍 ‘매미’가
역대 최고인 초속 60m 였다면
2012년 8월 28일 15호 태풍 ‘볼라벤’은
초속 59.5m 로 2위에 기록되어지고 있다.
몸집이 큰 ‘볼라벤’은 북쪽인 평양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한반도 전역에 강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히려 태풍이 지나가기 전보다
더 강력한 바람이 불어대고 있는 것 같다.
천지를 뒤흔들어 공포심을 심어주는 강력한 바람
교회철탑이 무너져 길가는 노인을 덮쳐 죽게 하거나
옥상에서 농작물을 살피다 실족하여 노인을 죽게 하거나
나무를 치우던 사람이 다른 나무에 깔려 죽게 하거나
컨테이너박스가 바람에 날아와 경비원을 죽게 하거나
그리고 충북괴산에선 600년 된 천연기념물 290호 ‘괴산 삼송리 소나무’ 일명
‘왕소나무(王松, 龍松이라고도 불림. 높이 12.5m, 수간 둘레 4.7m)’가 뿌리째 뽑히거나
충북보은에선 600년 된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높이 145m, 둘레 477m)’
가지가 부러져나가고
서해대교에선 5톤 트럭이 전복되거나
경남 사천 신수도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7만 7천 톤급 화물선이 좌초되어 두 동강으로 나뉘거나
강풍에 간판과 현수막이 떨어져나가고
신축중인 아파트 창문이 깨져 바닥에 나뒹굴거나
아파트 건물 외벽이 무너지거나
빌라 옥상에 있던 고무대야를 바람으로 밀어
봉지처럼 날다가 다른 집 대문 앞에 떨어지게 하기도 한다.
바람은 잡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태풍은 지붕을 통째로 날려버리거나
수확을 앞 둔 과일을 낙과시켜 농작물의 피해를 크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비닐하우스를 뜯어내거나
벼를 물에 잠기게 하거나 쓰러지게 하고
산사태로 문명의 발달을 시험해보기도 한다.
얼마큼 단단하게 자연재해를 극복해나가나
시험해보는 것처럼
해마다 새로운 모습의 태풍을 만들어 보내고 있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바로 그 길목에서 태풍이라는
강력한 바람이 버티고 서있어
언제든 수확의 시기를 놓치도록 감시카메라를 달아놓은 것처럼
한두 개의 태풍만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1호부터 시작하여 크고 작은 몸집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수십 개의 태풍을 시간차를 두며
바다와 산 그리고 강물에 풀어놓는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은 태풍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하루 종일 태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치 천년동안 쌓인 한을 풀어놓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바다를 손으로 저어 태풍을 만들어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순한 듯 하지만 과격할 때가 많고
세상은 과격한 듯 하지만 조용할 때가 많다.
천지를 뒤흔들만한 사건이 아니라면
수천 년을 버텨온 고목나무 아래에 평상을 깔거나
정자를 지어
여름바람을 즐기거나
자연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미리 당겨와
두발 뻗고 편히 눕기도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름 장면인가.
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자처럼
태풍을 맞이하기 위해 존재하는 고목처럼
고목아래 정자와 평상은
삶의 재미를 전해주거나
자연의 깊은 뜻을 깨닫도록 전해주고 있다.
태풍의 눈인 안쪽은 고요하지만
태풍의 바깥은 동요하며 시끄럽게 굴고 있다.
우산으로 버틸 수 없을 만큼 남녀가 함께 밀리고
고층아파트의 유리를 깨뜨릴 만큼
강력한 바람이 날아다니고 있다.
소리에 놀란 바람처럼
그물에 걸린 바람처럼
소리를 내거나 아우성치며
가야할 길을 내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이 바람을 화나게 했는지는 몰라도
바람은 겸손으로 무장하며
언제든 호랑이처럼 길목을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바람 때문에
봄의 꽃이 울고 있고
여름의 꽃이 울고 있고
가을의 꽃이 울고 있고
겨울의 꽃이 울고 있다.
한번 지나간 바람은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자연의 법칙이 살아있는 한
바람은 또 다른 바람을 낳으며
홀로 하늘을 향해 달리기도하면서
틈만 나면 바다와 땅을 향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분명 달린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느닷없이 큰 걸음으로 달리거나
반칙패를 써가면서까지 달려간다면
제일 먼저 곤충들이 놀라고
동물들이 놀라고
사람들이 놀라고
마지막엔 나무들이 놀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오랜 풍상을 지켜낸 고목들이 숨죽이며
공포에 떨고 있다.
그리고 숲이나 길거리를 지켜야할 나무들이지만
자신보다 큰 바람이 예고 없이 달려들면
손 한번 써보지도 못한 채 쓰러지고 만다.
가끔씩 느끼는 것이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이 오거나
나라에 큰일이 생길 때 발생하는 재해는
인재보다 천재가 먼저 일어나고 있다.
물론 반길 일은 아니지만
자연이 그렇게 불러들이면 반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재해에 무릎을 꿇거나
굴복하지 않는 것이 사람인지라
자연과 맞설 수만 있다면
자연과 맞서는 것이 사람들이다.
그리고 피멍이 들 정도로 자연한테 얻어맞더라도
끝까지 버티며 대대손손에까지 전해주고 있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기도하다.
아무리 강풍으로 공포심을 불러들인다고 해서
겁먹을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일 먼저 눈을 뜨자마자
자연을 감시하는 눈이 작동하고
우주를 감시하는 눈이 작동하고
보이지 않는 손까지 감시하며
침묵의 소리로
지금도 자연한테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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