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두륜산 대흥사

청아당 2010. 8. 6. 12:15

두륜산 대흥사

 

숲길을 걸어 유선관(遊仙舘)에 도착하니

바람에 이끌려온 나그네들만 가득하다.

독특한 서예현판을 방마다 입구에 걸어두어

시인묵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곧이어 곡선의 정자가 바람을 불러들이고

정성으로 빚어 논 항아리가 즐비하게 서있다.

성수기 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도 없고

잠잘 수도 없다.

그러나 보는 것만으로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유선관

숱한 세월을 대흥사와 함께 해온 나그네들의 쉼터이자 숙박이기에

눈으로 보며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밟아도 끝이 없는 남도길

대흥사를 향해 숲길을 걷다보면 침계루(枕溪樓)의 소식을 먼저 알리는

바람이 달려온다.

그리고 침계루 계곡물로 달려가 탁족의 시원함을 느끼기도 전에

발끝이 먼저 안다.

손을 씻고

발을 씻고

이마를 씻다보면

신선이 놀다간 유선관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거기에다 1000년 된 사랑나무인

연리근(連理根)의 못 다한 사랑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자연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행복은 어제나 내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에 있다는 천고의 진리는

침묵에 갇혔던 자연이

자물쇠를 열고 뛰쳐나오는 형상이다.

뿌리가 만나면 연리근(連理根)

줄기가 겹치면 연리목(連理木)

가지가 하나 되면 연리지(連理枝)“

삶을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곳

발끝으로 날아드는 사랑나무만 있다면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걷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보지 않아도 눈이 맑아진다.

16년 만에 왔던 곳을 다시 찾는 곳이지만

천년의 사랑처럼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고

목숨보다 더한 즐거움이 바람에 몰려든다.

 

201084일 수요일

 

유선관과 대흥사 숲길을 걸으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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