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우주의 침묵을 깨우는 바람

청아당 2010. 7. 31. 23:27

우주의 침묵을 깨우는 바람

 

바람이 달려오는 것은

침묵을 흔들어 깨우기 위해서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달리기도하고

수없이 똑같은 길을

달리기도 한다.

숲으로 들어가 침묵을 흔들어 깨우기도 하고

바다로 달려가 침묵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침묵은 단지 침묵으로 숨 쉬지 않는다.

삶을 일으켜 세워 달리게하기도하고

깊은 수렁으로 달려가

삶의 밑바닥을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텅 빈 머리를

텅 빈 가슴을

허공에 매달아 침묵이라는 말로

무덤을 만들어 만가를 부르기도 한다.

죽음 뒤에는 삶이 있고

삶 뒤에는 죽음이 있기에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자연을 위한 침묵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침묵으로

침묵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그리고 홀로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주의 침묵이기에

고요의 극점을 향해

끝없는 우주의 품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2010731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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