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침묵을 깨우는 바람
바람이 달려오는 것은
침묵을 흔들어 깨우기 위해서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달리기도하고
수없이 똑같은 길을
달리기도 한다.
숲으로 들어가 침묵을 흔들어 깨우기도 하고
바다로 달려가 침묵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침묵은 단지 침묵으로 숨 쉬지 않는다.
삶을 일으켜 세워 달리게하기도하고
깊은 수렁으로 달려가
삶의 밑바닥을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텅 빈 머리를
텅 빈 가슴을
허공에 매달아 침묵이라는 말로
무덤을 만들어 만가를 부르기도 한다.
죽음 뒤에는 삶이 있고
삶 뒤에는 죽음이 있기에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자연을 위한 침묵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침묵으로
침묵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그리고 홀로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주의 침묵이기에
고요의 극점을 향해
끝없는 우주의 품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2010년 7월 31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