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폭설

청아당 2009. 1. 24. 22:32

폭설

 

하얗게 덮고 싶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근심도

슬픔도

기쁨도

그리고 행복과 죽음조차도

책장을 덮듯이

모든 것을 덮으면

빈 여백 하나만 남는다.

생각해보자!

아니 침묵으로 말해보자!

무엇이 그토록 고통스럽게 하는지

무엇이 그토록 행복하게 하는지

달린다고 나아지는 것이 있는지

멈춘다고 좋아지는 것이 있는지

죽음보다 더한 침묵 속에서

얻을 것은 무엇인지

하얀 세상에서

하얗게 살다가

하얗게 덮인다면

그것처럼 아름다운 일도 없을 것이다.

가끔씩

하얀 세상에 묻혀 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순백의 영토에서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동해바다처럼

우주보다 더 큰

기쁨을 몰고 와

바위에 내려놓고 가는 파도처럼

그렇게 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살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이다.

자연이 항상 순진하지 않듯이

그렇게 사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인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은

결코 얌전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화낼 때는 노도와 같은 기세로 세상을 뒤덮어버리는

자연이듯이

사람도

가끔씩은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다.

 

2009년 1월 24일 토요일

 

한파 속에서 내린 폭설을 밟으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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