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2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람이다.
분명 손에 쥐고 있어도
쥘 수 없는 것이 바람인 것이다.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바람처럼 살고 싶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달빛을 밟으며
대나무 숲에서 흔들리는
바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겨울을 등에 지고
설악산 기슭에 서서
울산바위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가슴에 불어오는 바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 가슴을 뚫고 휑하니
가버린
겨울바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바다는 푸른색인데
마음에 보이는 바다는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
그렇다!
바람도 소리 내어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 오늘은 내일이고
어제였듯이
바람도 색깔이 있고
마음도 색깔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끝없이 달려야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달리다보면 보이는 것이
세상사는 이치인 것처럼
손에 쥔 순간
잊어야하는 것이
바람이다.
2009년 1월 26일 월요일
설날에 바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