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길 없는 길을 걷는다.
아무도 흔들지 않았던
고요의 극점을 흔들며
바다너머에 있는
육지를 향해
침묵으로 달려간다.
얼마나 더 달려야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순간
우렛소리가 들리고
마른번개가 치고
우주가 개벽하는 날
그동안 꼭 감았던
아니 자물쇠로 잠가놓았던 침묵의
눈을 뜬다.
그리고
더는 달릴 수 없는 길을 만난다.
끝에서 끝을 만난다는 것은
처음을 뜻한다.
처음부터 끝은 끝이 아니었다.
끝은 시작이었던 것이다.
아니 처음과 끝의 구분이 없는
허공과 같은 것이었다.
침묵위에서 춤출 줄 아는 바다만이
즐거움을 알고
슬픔을 알듯이
파도는
우주이자
고요의 극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침묵을 흔들 줄 아는 전령사였던 것이다.
2009년 1월 28일 수요일
파도를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