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파도

청아당 2009. 1. 28. 23:22

파도

 

길 없는 길을 걷는다.

아무도 흔들지 않았던

고요의 극점을 흔들며

바다너머에 있는

육지를 향해

침묵으로 달려간다.

얼마나 더 달려야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순간

우렛소리가 들리고

마른번개가 치고

우주가 개벽하는 날

그동안 꼭 감았던

아니 자물쇠로 잠가놓았던 침묵의

눈을 뜬다.

그리고

더는 달릴 수 없는 길을 만난다.

끝에서 끝을 만난다는 것은

처음을 뜻한다.

처음부터 끝은 끝이 아니었다.

끝은 시작이었던 것이다.

아니 처음과 끝의 구분이 없는

허공과 같은 것이었다.

침묵위에서 춤출 줄 아는 바다만이

즐거움을 알고

슬픔을 알듯이

파도는

우주이자

고요의 극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침묵을 흔들 줄 아는 전령사였던 것이다.

 

2009128일 수요일

 

파도를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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