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학생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시간들

청아당 2006. 6. 1. 18:14

학생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시간들

 

     

아비 부, 날 생, 나 아, 몸 신

아버지께서 내 몸을 낳게 하시고

 

사자소학을 칠판에 판서한 후 한글프로그램을 띄워

3회씩 쓰게 한다.

그리고 

다함께 목청을 높여 천자문 형식으로 크게 따라한다.

특히 나아를 외칠 때는 고음처리로 리듬을 태워

절정에 다다르게 넘어간다.

성악을 공부한 학생은 고음처리가 명쾌하다.

 

컴퓨터수업에 들어가기 전

한문과 영어 그리고 격언과 명언들을 번갈아가며 10분 동안 공부한다.

어수선한 동작들을 멈추게 하는 데는 최고이다.

입을 맞춰 하나로 합창을 하다보면

집중력과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경쾌한 리듬이 살아나게 된다.

 

컴퓨터를 가르치다보면

초등학생에서부터 중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 및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매우 다양하다.

 

첫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과 주부를 가리지 않고 으레 하는 말이 있다.

타자가 빨라야 이해하는 속도도 빠르다.”

목마른 천리마가 우물을 찾듯이 또는

가냘픈 손을 건반위에 올려놓고 새봄에 새싹이 돋아나듯이 경쾌하면서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1분에 700~1,000타 이상을 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컴퓨터의 기본인 타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700타만 되어도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여 넋을 잃게 하지만

1,300타 이상이 되면 발을 멈춘 채 넋이 나가 제자리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고 말해주면

동시에 눈동자를 멈춘 채 다함께 넋을 놓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귀를 기울인다.

대부분 100~500타 수준이다.

하지만 선생님이랑 공부하다보면

3개월 안에 500~1,000타 이상이 된다고 말해주면

그날부터 집에서 또는 학교나 학원에서 30분 이상 연습하여

실제로 1주일 안에 500~700타 이상 나오기 시작한다.

500~700타 이상이 나오면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다함께 크게 박수를 쳐준다.

박수가 끝나면 덧붙여서 하는 말

500~700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더 높은 타수를 위해 더 노력하기를 강조한다.

처음에는 700타 나오는 학생이 한명도 없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700타를 넘기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감동을 받을 정도로 피눈물 나게 열심히 연습하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특히 697타까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700타를 넘기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하지만 그 뒤로 일주일 이상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700타를 성공할 때는 다 함께 기뻐해준다.

700타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고의 세월이 묻어있기에 다 함께 기뻐해주는 것이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받아 스스로 하는 모습이기에 더욱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700타를 넘기는 일은

보통의 인내심으로는 힘든 일이다.

말 그대로 목마른 천리마가 우물을 찾듯이 달려야하고

건반위에 올려진 손가락이

새봄에 새싹이 돋아나듯이 경쾌하면서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가르침은 배움이다.

배워야 가르칠 수 있듯이

선생이란 호칭은

다만 먼저 배웠다는 것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일에 있어서는

서로가 겸손해야한다.

잘 모르거나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라고 무시하거나

낮게 평가한다면

느낌이 잘 발달된 학생들은

받은 만큼

그대로 되돌려주려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두는 것이 좋다.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는 일에 있어서는

지식도 나이도 필요하지가 않다.

찰나에 움직이는

정성된 마음과 열정이 얼마만큼 전달되는가를 느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심리학을 별도로 전공하지 않더라도 이미 심리학 박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눈짓과 몸짓 하나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된다.

 

학생들은 더 영특하다.

어쩌면 선생보다 심리학을 더 빨리 전공했는지도 모른다.

선생이 바뀔 때마다

학생들은 선생들의 행동을 먼저 체크한다.

선생에 따라 학생들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선생의 실력을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잘 돌아가는 랜 선을 뽑아놓고

인터넷이 안 된다고 손을 드는 학생

키보드의 자판을 고의적으로 눌러 고정시켜놓고 컴퓨터가 이상하다고 손을 드는 학생

바탕화면에 깔려있는 아이콘들을 전부 숨겨놓고 손을 드는 학생

암호를 걸어놓고 그냥 가버리는 학생

손을 든 순간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선생이라야 능력을 인정받는다.

조금이라도 주춤거리거나 헤매게 되면 학생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들게 된다.

 

학생 수에 따라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100명보다는 200~300명 이상 다뤄야하는 선생일수록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바빠진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야할 것도 그만큼 많아진다.

서류정리에서부터 상담에 이르기까지 잡무가 많지만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조금은 떠드는 것이 정상이라고 본다.

아이들은 자유를 향해 거침없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묶어두게 되면

반발심이 일어나게 되어있다.

어떤 때는 적막강산에서 공부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가르쳐보기도 하고

시장 통에서 떠드는 듯한 분위기에서 가르쳐보기도 하지만

빈틈만 발견하면 떠들려는 학생들을

억지로 막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속으로 문제가 곪아 터져

결국에는 그만 두겠다는 학생들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그래도 적막강산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시장 통에서 떠드는 듯한 분위기가 낫고

시장 통보다는 그 중간이 가장 낫다.

사람들은 즐겁게 살기를 바라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주어진 자유를 억압하고 핍박하기보다는

즐겁고 재미있는 가운데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받기를 바라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공부라는 틀 속에서

의무적으로 재미없게 공부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느껴가며 공부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컴퓨터를 배우는 일이 즐거워야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기에

어느 정도 떠드는 것은 모른 채 눈을 감아준다.

 

격식과 형식이 중요한 단체생활에서는

규범과 절도를 강조하며 개인의 자유를 누르는 일이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억압적이고 따라 하기 방식인 고전적인 방법보다는

자유로운 가운데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방법이

어떤 면에서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큰 틀에서 흐름을 매끄럽게 하면서

맥이 끊어질 때마다

바로 잡아주며

리듬을 태워나가는 일만큼은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다.

팽팽하게 당기고 놓는 법을 놓치게 되면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중심이 흩어지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결석생이나 퇴원생을 방지하기위해

시간대별로 전화를 하거나 수업을 마치고 하루 5명을 정해놓고 상담전화를 하다보면

부모님하고 통화하는 테크닉도 필요하다.

시간대별로 전화를 하여 다음 시간에 보내달라고 하거나

수업을 마치고 차분하게 상담전화를 하다보면

퇴원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 대신 부모님하고 통화하기 전

사전에 상담 대상자인 학생의 인적사항에 대해

정보를 먼저 알고 통화를 시도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학습과목과 성격 그리고 학습태도 기타 자격증에 관련된 정보 등을 면밀하게 살핀 후

통화를 시도해야한다.

통화를 하다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정보들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문제에서부터

부모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학생들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된다.

물론 까다로운 부모님을 만나면

막무가내로 그만 두겠다는 애로사항도 있지만

잘 설득하여

계속 다니기로 약속을 받아내면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얼마만큼 관심과 정성을 갖고 열정적으로 가르치는가가 관건인 것 같다.

관심과 정성을 느낀 만큼 부모나 학생들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그렇지 못했을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니 선생은 날마다 귀를 세우고 시야를 넓혀 새로운 것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항상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전해주려는 노력 없이는

그 자리에 서있을 수 없기에

노력하는 모습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것 같다.

통화를 하다보면

가장 불안한 것이

그만 두겠다는 말이다.

통화를 하기 전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관심과 정성된 마음이 통하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극복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정은 그래서 무서운 것 같다.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한솥밥 먹는 심정으로

자주 통화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정이 드는 것 같다.

실제로 통화를 자주 못하거나

결석생에게 시간대별로 전화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그만 두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뒤늦게 대처할 때는

후회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200~300명 이상 강의를 하다보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허리가 휘도록 13시간씩 강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가지 복잡한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좋은 자리를 빼앗기기 전에 다른 학생보다 학원에 빨리 도착하여야한다며

어머니한테 항의 전화가 올 때는

미안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먼저 뿌듯하기도 하다.

가까이 다가와 애교와 아양을 떠는 학생들이 있는가하면

오히려 겁을 주는 고등학생들도 가끔씩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는 기선을 제압하여 혼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깍듯이 인사하며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 학생들이다.

특히 문만 열고 나가면 곧바로 잊어버리는 주부반을 가르치다보면

재미있는 일들도 많다.

미소가 아름다운 선생님

메일을 쓸 때 내세우는 제목이다.

그리고 갑자기 컴퓨터가 안 된다고 손을 드는 주부에게 하는 말은

바람만 스쳐도 컴퓨터가 말을 잘 듣는 선생님이라고 말해준다.

실제로 손도 대지 않았지만

옆에 가서 도와주려고 하면 이제는 잘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손도 대지 않고 고치게 되는 경우라 말할 수 있다.

그러니 바람만 스쳐도 컴퓨터가 말을 잘 듣는 선생님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주부반을 하다보면

20대에서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 연령대가 다양하다.

이해가 가지 않은데도 70이 넘은 할머니께서는 열심히 배우신다.

약국을 운영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배워야한다고 하시면서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이해가 갈 때까지 배우신다.

어머니들은 소녀 적 감성이 남아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시적인 언어를 동원하여 강의하면

상당히 매료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5년이 넘은 지금도 가끔씩 안부 메일이 오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학생이 인사를 하며

선생님! , 어디에 앉아요.” 라고 말하면

네가, 제일 맛있는 자리에 앉아라.”

그리고 덧붙이는 말

컴퓨터가 너무 맛있다고 배 터지게 먹으면 안 된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 곧바로

선생님! 컴퓨터를 어떻게 먹어요.”

으응, 그것은 입으로 먹어야만 먹는 것이 아니란다.

눈으로도 먹을 수 있고 마음으로도 먹을 수 있단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들 중에서

제일 맛있는 것을 골라 먹으니까

먹는 것이란다.” 라고 설명을 해준다.

그제야 이해가 가는 눈치이다.

그럼, 맛있게 먹어야 되겠네요.”

그래라

자리 때문에 싸우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는

이만한 배려가 없다.

대부분 수업 전 빨리 온 학생이거나 늦게 온 학생에게

설명해주는 말이다.

이미 눈치를 챈 학생들은

빙긋이 웃고서 대답은 아니한다.

그래도 늦게 도착하여 자신의 명당자리를 놓친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이 다음에는 너의 명당자리를 꼭 챙겨 줄 테니까

오늘만 다른 자리에 앉아라하면

군말 없이 빈자리에 앉는다.

약속은 신뢰이기에

그 다음에는

반드시 지킨다.

 

교수방법에는 정도가 없는 것 같다.

자신의 독특한 개성에 따라 지도하는 일이기에

기본적인 자질만 갖추어진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물론 경력과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것이 정도라고 해보아야 다 자신의 개성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주입식은 통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본다.

반드시 많이 배우고 경력이 많아야 잘 가르친다고 볼 수도 없다.

경력이 짧아도 체계적으로 잘 가르치는 선생이 있을 수 있고

경력이 많아도 체계적으로 잘 가르치지 못하는 선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선생이나

초보 선생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경력이 풍부하고 많이 아는 만큼 맥을 짚는 속도는 빠르지만

그만큼 행동은 느려지고

나이가 젊은 1년차 선생일수록 열정적이고 생동감이 나기에

크게 보면 도토리 키 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이 아니면

지탱해나갈 수 없는 일 같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세상은 둥글둥글 돌아가게 되어져있다.

후임자가 오면

처음에는 서툴러도

바로 잡으려는 복원력에 의해

중심이 잡혀가는 것을 보면

세상은 흔들리면서도

지탱해나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능력 있는 후배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유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은 기존의 능력을 사장시키고

새로운 그릇에 담겨있는 능력을 요구하거나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하지만

떠나는 때를 알게 해주는 일을 하기도 한다.

뒤돌아보면

실수와 시행착오를 밥 먹듯이 했지만

실수와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전임자나 후임자의 강의는

나보다 체계적으로 더 잘 가르치고

나만 못 가르치는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든다.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강의를 하는 일이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때가 되면

스스로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세월은 단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스스로 부끄럽게 만들거나 교훈을 주고 또 역사를 만들어가면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가르치는 일은

캄캄한 밤길에 어둡지 않도록 횃불을 밝혀주며

기준과 방향설정을 해주는 일인 것 같다.

처음은 어렵고 낯설듯이

낯설지 않도록

배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따뜻한 정을 쏟아

즐거운 마음으로 경쾌하게 달릴 수 있도록

앞에서 끌어주는 일인 것 같다.

 

가르치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날마다 무언가를 준비해야하기에

준비되지 않은 가르침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교감이

깊어질수록

가르치는 일이

더욱 두려워지는 것 같다.

 

200661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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