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마음 급한 매미

청아당 2020. 8. 12. 10:38

마음 급한 매미

 

올해는 장마가 긴 탓(54일 추정)에 매미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7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기다린 후 잠시 밖으로 나와 7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몸을 불사르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매미 울음소리에 잠이 깨었다.

 

틈만 나면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제는 비가 오는데도 잠시 소강상태를 이용하여 막간의 울음소리를 뿜어낸다.

 

맑고 청아한 매미 울음소리!

 

어쩌면 인고의 마지막 날을 위해 아껴두었던 목청을 마음껏 하늘을 향해 호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채 아름답게 피어보지도 못한 채 스러져가야 할 운명이기에 몸부림을 치기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떠나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발걸음이다.

 

누구나 생성소멸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돼 있음을 매미는 잘 알고 있는듯하다.

 

지금 현재의 자신이 과거로부터 이어져 왔고 미래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과 연결돼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참으로 숭고하고 고귀한 발걸음이 아닌가?

 

귀중하고 소중한 것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순간 보이는 것 같다.

 

꽉 막힌 마음에서 볼 수 없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기에 가끔은 마음을 열어둘 필요가 있는 것 같다.

 

2020812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