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발걸음은 없다
흔적은 오래도록 남는 것 같지만
바람에 밀리고
세월에 밀리다 보면
지금 서 있는 곳은
다른 곳에 와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지금 서 있는 곳은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닐 수가 있다.
비록 같은 길을 수없이 돌고 돌아도
처음 출발한 바람의 길이 아니듯이
처음 출발한 세월의 길이 아니듯이
한번 스쳐 지나가면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많다.
살아온 길이 순탄하더라도
수없이 사선을 넘나들었더라도
가야 할 길은 여전히 힘겹고 어려운 길이다.
그 끝이 낭만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 끝이 슬픔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살아온 흔적을 기억해보면
한 마리 나비처럼 곡선을 그으며
허공에서 맴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원한 발걸음처럼 느껴지는 든든한 추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영원한 발걸음은 없다.
뒤돌아서면
모두가 허공에서 맴돌고 있는 한 마리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4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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