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허공 속에서 같은 역사의식이 느껴지는 것은
청량산 아래 안락하게 자리한 인천시립박물관에 들렀다.
방명록과 발열 체크를 한 후 손 소독제를 손에 묻혀 깨끗해지도록 비볐다.
고려왕릉을 비롯하여 새롭게 꾸민 인천에 관련된 사료들을 좀 더 다듬어서 한눈에 이해하기 쉽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전의 사료들을 새롭게 재편집하여 역동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시켜놓았다.
특히 사이다의 유래를 밝혀놓으며 ‘스타사이다’로 시작한 인천사이다의 흥망성쇠의 과정을 자세하게 그려놓았다. 결국 ‘칠성사이다’가 롯데에 넘어가면서 야심 차게 새롭게 출시한 ‘뉴스타사이다’의 역사도 저물고 말았다.
이발의 역사에 대해 특별전시관을 꾸며놓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꾸며놓았다.
인천 하면 미추홀부터 떠올리는 것은 비류 때문이다.
문학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초기 백제의 모습이 잔존하고 있기에 인천의 역사는 문학산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인재와 동곡재는 인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인천(인주) 이씨와 연일 정씨의 활약상을 기록해놓은 뜻깊은 역사이기 때문이다.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분명 선조들의 흔적이 선명하게 지나갔다는 점이다. 지금은 허공에 부는 바람처럼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그 흔적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선조들의 흔적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어렸을 때의 시대상과 현재의 시대상은 천지 차이로 벌어지고 있다.
가난하고 힘든 보릿고개를 거쳐 긴 터널을 지나온 과거의 시대와 눈부신 현대과학의 만남이 주는 매력은 분명 서로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하는 역사를 바라보니 역사는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살아있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상처가 덧나도록 중첩된 역사의 아픔은 더욱 강하고 튼튼하게 서 있도록 힘을 주고 있다.
2020년 7월 31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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