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앉아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곰팡이가 핀 책이 아니라 명상에서 진리를 찾아라. 달을 보기 위해선 연못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라.”
명상은 앉아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명상 뒤에는 삶을 움직이는 행동이 뒤따라야만 한다.
“불교 경전의 한 구절이냐고요? 아닙니다. 페르시아의 오래된 속담입니다. “달을 보려면 연못이 아니라 하늘을 보라.” 혜능 대사의 일화와도 무척 닮았습니다. 1300년 전입니다. 한 비구니 스님이 『열반경』을 읽다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경전을 들고 혜능 대사를 찾아왔습니다. 『열반경』을 내밀며 비구니 스님이 질문을 하자 혜능 대사가 말합니다. “나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 네가 경전을 읽어주면 내가 그 뜻을 일러주겠다.” 그러자 비구니 스님이 한 마디 쏘아붙입니다. “아니, 글자도 모르면서 어떻게 경전의 뜻을 알 수 있습니까?” 그러자 혜능 대사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누가 달을 보라며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킨다. 그때 너는 달을 보느냐, 아니면 손가락을 보느냐.”
창고에 오래 묵혀둔 책에서만 곰팡이가 피는 게 아닙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도 곰팡이는 필 수 있습니다. ‘명상’이 생략된다면 말입니다. 좌선한 채 고요히 앉아만 있는 게 명상이 아닙니다. 깊이 묻고, 깊이 생각하고, 깊이 궁리(窮理)하는 게 진짜 명상입니다.
책에는 어김없이 문고리가 달려 있습니다. 온갖 지식과 정보, 체험이나 깨달음의 창고를 여는 문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그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책 속의 깨달음이 나의 깨달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문고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 문고리는 책만 읽는다고 잡히지는 않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 스스로 깊이 묻고, 궁리할 때 비로소 문고리를 잡게 됩니다. 그 문고리를 잡는 방법이 바로 ‘명상’입니다.
책에도 길이 있고, 내 마음에도 길이 있습니다. 책에 난 길을 걸을 때 ‘지식’이 쌓입니다. 내 마음에 난 길을 걸을 때 ‘지혜’가 생겨납니다. 그러니 책 속에 난 길도 걷고, 내 마음에 난 길을 향해서도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내 안에 ‘길 눈’이 생깁니다. 길을 보고, 길을 알고, 길을 내는 눈. 그게 바로 통찰력입니다. 경전을 주로 연구하는 스님을 학승이라 합니다. 선방에서 참선을 주로 하는 스님을 선승이라 합니다. 그럼 책의 문고리와 마음의 문고리, 둘을 동시에 잡아서 여는 사람을 뭐라고 부를까요. 그럼 학승도 되고, 선승도 되는 겁니다. 원래 둘 사이에는 장벽이 없어야 합니다. 책을 뚫은 만큼, 내 마음도 뚫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연못 속의 달을 나침반 삼아, 하늘의 달을 찾으면 됩니다. 경전 속의 달을 나침반 삼아, 내 마음의 달을 찾으면 됩니다. 그렇게 손가락을 떠나, 달을 향해 날아가면 됩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명상입니다. 그러니 나의 하루에도 명상을 위한 짬을 잠시 만들면 어떨까요. 나의 일상에도 그런 작은 선방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연못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성경을 1000번 읽고서도 왜 모를까?
책에서는 모든 것을 밝힐 수 없는 저자의 삶과 명상이 숨겨져 있다. 책이나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는 본연의 색상이 있기에 그것을 그린다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 수는 있으나 본연의 모습은 잡을 수 없기에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명상으로도 부족하고 삶으로도 부족하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내면의 스승을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하나에서 전체로 전체에서 하나로 이어주는 또 다른 출구를 찾아내야만하기에 매우 어려운 일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상을 즐기다보면 색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쩌면 깊은 세계를 경험하는 것보다는 명상에서 발견하는 영감과 삶의 지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2019년 9월 13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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