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하는 일은 글로 잡아두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눈에 밟히는 곳이 좋을 때가 있다.
느낌이 좋고
춤추듯 향기로움이 일어나서 좋다.
코끝이 찡해서 좋고
입안이 달콤해서 좋고
발걸음이 경쾌해서 좋다.
보고 스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시인이 하는 일은 글로 잡아두는 일이다.
보고 스치는 것을
스케치하듯이 그려둔 후
영감을 통해 타이핑하는 일이다.
무영탑(無影塔)이 고고하게 빛나듯이
달은 향기로움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보기 좋은 일인가?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지만
오는 세월은 잡을 수 있듯이
새겨 넣는 일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동에 새기든
돌에 새기든
선명한 글자로 새겨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30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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