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교토(Kyoto, 京都) - 도월교, 텐류지, 치쿠린, 아라시야마 란덴열차Ⅱ

청아당 2018. 1. 28. 17:28

교토(Kyoto, 京都) - 도월교, 텐류지, 치쿠린, 아라시야마 란덴열차

 

아라시야마 주변은 하나로 통찰해야 이해가 빠르다.

 

여러 개의 관광지가 한곳에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별도의 설명도 필요하겠지만

한꺼번에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도를 달리하다보면

같은 곳이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보고 스치는 것은 한순간이기에 그렇고

우리들의 눈은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들의 뇌는 기억하기에 그렇다.

 

한편의 를 쓰라고 하면 를 쓸 것이고

한편의 글을 쓰라고 하면 글을 쓸 것이고

한 폭의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목이 태양을 받아내며 서 있는 곳이

도월교다.

 

그 옆에선 노송이 허리를 굽히며

낮은 자세로 겸손을 펼쳐 보인다.

 

좌우로 팔을 뻗어가며 기지개를 켜듯이

허리를 낮추고

강둑사이론 강물이 흐르고

저 너머에는 마을이 손짓하며 유혹하고 있다.

 

남산공원 벤치에 앉아 한가하게 독서를 즐기는 이가 있는가하면

노부부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발걸음을 옮겨놓기도 하고

도월교에 흐르는 강물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고

아기를 안고 가족들이 호위하듯 함께 움직이기도 하고

밤을 위해 조명시설이 자갈밭위에 낮 동안 서 있기도 하다.

 

풍경은 또 다른 풍경을 낳고

잘 짜여진 배경을 베게삼아

깔끔하게 정리 정돈해 놓은 느낌이 든다.

 

한국은 자유분방한 방면

일본은 절제된 면이 돋보인다.

 

산위로 구름들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연인들의 발걸음은 도월교위에서 춤추듯 움직이고

남산공원 앞에선 도월교를 향해 손짓해가며 감동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소형트럭은 도월소교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온천이 있는 도월정은 도월교를 향해 유혹의 미소를 던지고

도월정 뒤편에 위치한 빌라는 정교한 타일로 외벽이 마감질되어 있다.

 

타일문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자

타일로 예술적인 경지에까지 가보겠다는 것이

일본문화의 정점이다.

 

특히 오사카 빌딩엔

외벽을 정교한 손놀림으로 타일을 붙여놓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만큼 일본에는 타일문화가 정점을 이루고 있다.

 

단순성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까지 도달한 곳이 일본이다.

 

 

산과 강이 있는 곳이 도월교다.

 

도월교 다리 위를 건너고 있는

모자지간(母子之間)이 인상 깊게 남는다.

 

달이 다리를 건너는 것 같은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모자간에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엄마는 땅을 바라보며 걷고

남자아이는 장갑을 낀 채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며

한 폭의 그림처럼 걷는다.

 

발걸음은 경쾌하게 보이는데

마음은 갈 길을 재촉하고 있다.

 

춥고 배고파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눈동자는 동그랗게 뜨고

똘똘해 보이는 남자아이이기에

발걸음 또한 가볍게 움직이고 있다.

 

그건 그렇고

도월교 뒤론

카쓰라카와(계천(桂川)) 흐르고 있다.

 

그리고

강둑 옆에는 신축중인 건물이 올라서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외국인들이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전 세계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곳이기에 그렇고

도월교에서 멋과 낭만을 쌓아보겠다는 야무진 다짐이 있기에 그렇고

강물 따라 흘러가는 달을 잡아보려는 마음이 있기에 그렇다.

 

사람 사는 곳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서로 오가며 몸을 부딪치며 걷는 것 또한 그렇고

오가는 중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에 그렇고

도월교위에서

사진 촬영하는 가족이나 연인들의 모습들이

풍경처럼 남아서 그렇다.

 

본다는 것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도월교를 배경으로 서 있는 산이 있어 그렇고

그 위론 푸른 하늘이 수채화처럼 서 있어 그렇고

강물을 막아놓은 보는 그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그렇다.

 

 

토종기념품 샵이 있는 2층에서 일행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각자 흩어져 도월교 주변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가며

여기저기서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일행들은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고

부부나 형제 또는 딸이 함께 오기도 했다.

 

대부분 50대에서 60대 후반의 부부와

3, 2, 대학생 등이 합세하여 움직이고 있다.

 

부부애와 가족애 또한 각별하여

서로들 챙겨가며 즐거운 여행길을 밝히고 있다.

 

어떤 이는 도월교위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떤 이는 기모노 복장을 한 여인네와 단체로 도월교를 건너기도 하고

어떤 이는 남산공원에서 한가롭게 거닐기도 하고

어떤 이는 도월교 주변을 돌며

신구(新舊)의 조화에 대해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도월교를 지나면 도월소교가 나온다.

 

구름위에 또 다른 구름이 있듯이

그런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달은 다리 하나만을 건너는 것이

강물 따라 세워져 있는 다리라는 다리는

모두 다 건널 수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도월교 주변엔

노송과 정자들이 줄지어 서 있으며

강물과 함께 아름다운 정서를 찾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도월교(渡月橋)를 관람하고 난 후

일본 5대 사찰이자 세계문화유산인

1345년에 창건된

임제종(臨濟宗) 대본산(大本山)

텐류지(천룡사(天龍寺))를 지나

아라시야마(Arashiyama, 嵐山) 역을 지나면

야궁신사(野宮神社)와 치쿠린 대나무 숲길을 관람할 수 있다.

 

 

大本山天龍寺라고 써있는 비()

압도적이다.

 

텐류지를 지나면
저택이 나온다.

일본에도 이런 고급스러운 저택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외모가 깔끔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이다.

마치 송도 언덕위의 아름다운 별장처럼 생긴
이길녀 여사의 저택과 닮은꼴이 많다.

다만 이 저택은 언덕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지와 관광지의 길목에 있다는 점이 좀 특이하다.

일본식 저택으로써 편안하면서도 접근성이 뛰어나
담장조차 없이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저택 건너편에선

기모노를 입어보라며 여학생들을 유혹하는 사람이 보이고

자판기를 거리에 걸어두기도 하고

각종 기념품 샵에서

관광객들의 눈을 고정시켜가며 발걸음을 잡아두기도 한다.

 

빨간색을 칠한 남산역이 중심이 되어 등대역할을 하고 있고

인력거를 탄 사람들이 거리를 달리기도 하고

기모노 복장을 한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어가며 형제애를 다지기도 하고

치쿠린 대나무 숲길 입구에선 먹을거리로 유혹하기도 한다.

 

치쿠린 대나무 숲길 입구에 들어서자

이미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보기 전과 본 후의 느낌은 서로 다를 것이다.

 

보기 전에는 설렘이 있지만

보고 난 후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한번 본 것은

신기하다거나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

감소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치쿠린 대나무 숲길에 들어서자

자전거는 달릴 수 있는 데

사람은 갈 수 없는 오솔길이 있다.

 

대신 눈으로는 볼 수 있어

담장처럼 넘어다보게 되어져 있다.

 

 

편안한 산책이 함께하는 [아라시야마(嵐山)]”

 

 

치쿠린 대나무 숲길은

담양 죽록원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원씨물어 일적(源氏物語 日蹟)

차아야궁(嵯峨野宮) NONO MI YA라는

야궁신사(野宮神社)가 있고 그 옆으론

비석으로 눌러놓은 공동묘지가 서 있다.

 

 

야궁신사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많다.

 

연인과의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합격기원을 위해 비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행복을 비는 사람들도 있다.

 

소원은 다양하여 저마다 자신의 뜻을 내비치면 된다.

 

 

200m에 달하는 치쿠린 대나무 숲길은

담양 죽록원 규모와 비슷하다.

 

치쿠린 대나무 숲과 오솔길을 지나면
철길이 나온다.

 

그리고
치쿠린 대나무 숲속에도 저택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

 

철길을 건너면 인력거를 탑승할 수 있는
대나무 숲 오솔길이 나타난다.

 

젊은 청년이 끄는 인력거가

아름다운 모녀을 태우고

무리를 지어가며 대나무 숲 오솔길을 빙빙 돈다.

 

그렇지 않아도

죽림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맑은 하늘이 빙빙 도는 것 같은데

인력거를 끈 젊은 청년들이 떼 지어 다니며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키고 있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
또 다른 세계가 대기하고 있다.

철길주변을 감상할 수도 있고
자연 속에 풀어 논 자그마한

세계의 명화 모사품인

세계의 미술관 전이 손님도 없이
소리를 죽여 가며 전시되어져 있다.

 

 

정서적인 아름다움으로 따진다면

당연히 담양 죽록원이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담양 죽록원은 대나무 숲이 더 울창하면서도 그늘이 졌고
대나무 숲과 한옥이 자리하고 있고

정자와 연못이 함께하면서
전망대와 함께 대나무창틀 사이로 자연을 내다볼 수 있는
탁월한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발걸음 또한 경쾌하면서도 힐링이 되는
고요속의 침묵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선계에 들어와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고
시를 짓거나 거문고를 타면서 청담(淸談)을 즐겼던

죽림칠현(竹林七賢)이 생각날 정도로 그 경관이 수려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한국에서만 가능하기에 그렇고

일본적인 아름다움은 일본에서만 가능하기에 그렇다.

 

 

치쿠린 대나무 숲길 주변을 살펴보면

천룡사(天龍寺)가 있고

보암원(寶巖院)이 있고

구산공원(龜山公園)이 있고

대하내산장(大河內山莊)이 있고

상적광사(常寂光寺)가 있고

이존원(二尊院)이 있고

청량사(淸凉寺)가 있고

대각사(大覺寺)가 있고

직지암(直指庵)이 있고

대택지(大澤池)가 있고

광택지(広澤池)가 있고

천대고도(千代古道)가 있고

식등조원(植藤造園)이 있고

남산역(嵐山驛)이 있고

차아역(嵯峨驛)이 있고

남산(嵐山)이 있고

도월교(渡月橋)가 있고

카쓰라카와(계천(桂川)) 흐르고 있고

남산공원(嵐山公園)이 있고

법륜사(法輪寺)가 있다.

 

 

아라시야마 주변을 전부 관람한다는 것은
짧은 일정으론 힘든 일이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만 관람한 후
나머지는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여행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지역을 샅샅이 관람하는 것보다는
맥을 짚어
중요한 부분만 보는 것이기에
이 또한 여행의 묘용이기도 하다.

 

 

치쿠린 대나무 숲길을 관람한 후
남산역(嵐山驛)에서 란덴열차 1량짜리에 올라탔다.

 

1량으로만 운행되는 작은 규모의 전차일지라도

곳곳에 우선좌석(노약자전용)이 있어

나이 드신 분이 타면 자리를 양보해 주어야한다.

 

한자로만 표기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시트 곳곳에 노약자전용이라고

한글로 선명하게 쓰여 있다.

 

악기를 어깨에 멘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탄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여학생들의 수다는 여전하다.

 

곱고 아름다운 일본인 할머니가 열차에 올라탄다.

 

우선좌석에 젊은 사람들이 앉아있는데도

시선을 외면한 채

손잡이를 잡고 란덴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한국말로

여기 앉으세요?’라며

서서가는 일본인 할머니를 앉힌다.

 

일본어로 고맙다며

우선좌석에 앉는다.

 

예의가 바르다.

 

그런데
귀부인이 아기와 함께 친정어머니랑

란덴열차에 올라탔다.

 

두 분 다 귀티가 나면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아기다.

 

젊은 부인께서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아기의 얼굴을 보자기에 감싸며

수시로 보자기를 열어보며 아기의 동태를 살핀다.

 

아기는 잘 견뎌내나 싶었는데

교토시내 마지막 종점에 이르기 전에

깨어나 울기 시작한다.

 

아기의 울음을 달래기 위해

할 수 없이 보자기를 들춰내고

아기를 어른다.

 

아기를 쳐다본 순간

두 분 다 성형미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기()의 미모는 조금 뒤쳐져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추고 싶은 것은 감추는 것이

사람들의 본성인 것 같다.

 

그래도

중절모자를 쓴 두 모녀의 아름다움은 빼어난 면이 있다.

 

그건 그렇고

교토시내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던 대절버스(관광버스)로 갈아탄 후
청수사(淸水寺)를 향해 달렸다.

 

20171221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