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Kyoto, 京都) - 아라시야마 란덴열차Ⅱ
인간의 본성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부연하면 공존하는 선악이다.
뒤돌아보면
애절하게 생각나는 곳이 교토 란덴열차다.
1량의 란덴열차가 주는 크기는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열차라 그렇고
애절함과 향수가 남아 있어 그렇고
사람이 그리워서 그렇다.
여행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정감이 가는 경우가 있다.
아름다운 추억 때문에 그렇고
향수처럼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어 그렇고
당장이라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에 그렇다.
꿈과 이상은 크지만
현실은 작기에 그렇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라면
그 애절함은 더욱 간절할 것이다.
비나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더욱 생각나기에 그렇고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이 보이면 더욱 그렇다.
잡아도 잡히지 않는 거리에 있기에 그렇고
놓아도 놓을 수 없는 거리에 있기에 그렇다.
꿈꾸는 듯한 느낌이 되살아나서 그렇고
선명한 기억 때문에 그렇다.
잡을 수 없다면
놓는 것이 맞다.
한번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면
그것은 영원히 지워야할 기억이다.
미련은 집착을 낳기에 그렇고
집착은 현실을 힘들게 하기에 그렇다.
정을 흘리고 다니면 안 되는데
정을 놓고 온 것이 잘못된 것이다.
처음부터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빨려 들어갈 듯한 용광로 속에서 빠져나가는 법은
쇳물이 되어 흐르는 것이다.
치쿠린 대나무 숲길을 관람한 후
아라시야마(Arashiyama, 嵐山) 남산역(嵐山驛)에서
란덴열차 1량짜리에 올라탔다.
1량으로만 운행되는 작은 규모의 전차일지라도
곳곳에 우선좌석(노약자전용)이 있어
나이 드신 분이 타면 자리를 양보해 주어야한다.
한자로만 표기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시트 곳곳에 ‘노약자전용’이라고
한글로 선명하게 쓰여 있다.
악기를 어깨에 멘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탄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여학생들의 수다는 여전하다.
그리고
귀부인이 아기와 함께 친정어머니랑 탔다.
두 분 다 귀티가 나면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아기다.
젊은 부인께서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아기의 얼굴을 보자기에 감싸며
수시로 보자기를 열어보며 아기의 동태를 살핀다.
아기는 잘 견뎌내나 싶었는데
교토시내 마지막 종점에 이르기 전에
깨어나 울기 시작한다.
아기의 울음을 달래기 위해
할 수 없이 보자기를 들춰내고
아기를 어른다.
아기를 쳐다본 순간
두 분 다 성형미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기(딸)의 미모는 조금 뒤쳐져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추고 싶은 것은 감추는 것이
사람들의 본성인 것 같다.
그래도
중절모자를 쓴 두 모녀의 아름다움은 빼어난 면이 있다.
그건 그렇고
교토시내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던 대절버스(관광버스)로 갈아탄 후
청수사(淸水寺)를 향해 달렸다.
2017년 12월 21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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