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식
먼저 본 것이 있다면
나중에 본 것도 있다.
이 둘을 비교한다면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통해 만나는 것처럼
이몽룡이와 춘향이가 서로 해후하는 것처럼
이것은 해와 달과 별이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만나기 때문에 생기는
우주적인 비극이다.
나라와 나라를 비교하거나
개인과 개인을 비교할 때 나타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비교하고 싶어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눈과 마음이 먼저 비교한다는 점이다.
마치
불쌍한 사람을 보면 측은지심이 일어나듯이
가난한 나라를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듯이
비교의식은
저절로 생겨나는 사람의 속성이자 우주의 본성이기도 하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생겨나는 일이기에
죄의식을 갖고 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기에
마음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기에
이 둘을 나쁘다고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를 보고 측은지심을 일으키겠는가?
모두다 이 틀 속에서 빠져나갈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는데
누가 누구를 보고 측은지심을 일으키겠는가?
하지만
비교의식만큼은
나쁘기도 하지만
좋기도 하고
이 둘의 장단점을 묶어두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서로를 나무란다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보니 그렇고
서로를 좋아한다고 좋아해질 일이 아니다보니 그렇다.
비교의식은
선한의지를 갖고 행하든
악한의지를 갖고 행하든
그 자체로써 존중받아야할 일이기에
비교의식 자체를 나쁘게만 받아들일 일은 아닌 것 같다.
2018년 1월 4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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