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우주를 한손으로 들다

청아당 2015. 9. 29. 17:17

우주를 한손으로 들다

 

마음을 풀어놓으면

시작에 가닿고

끝에 가닿는다

 

그 끝이 초라하다해도

그 시작이 화려하다해도

도전하는 마음은 누를 수가 없다

 

한손으로 들고 서있는 우주보다는

두 손으로 들고 서있는 우주가 더 안정적으로 보이듯이

마음은 손에 먼저 가있고

손은 마음에 먼저 가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하나는 둘을 가리키고 있고

둘은 하나를 가리키고 있다

 

아무리

나선형 회오리바람에 집어넣어도

태풍의 눈처럼 고요로 숨을 쉬고 있다가도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오는 것이 우주이듯이

있는 힘껏 달려 나오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자 우주인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한손으로 들 수 있는 우주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보면

어떤 때는 싫증이 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기쁨이 용솟음치기도 한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많은데

멈춰서야할 길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이 넓고도 넓은 우주의 세계에서

이 한 몸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은

그것처럼 불쌍해 보이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측은지심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불행한 사람으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들은 행복한 사람으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손으로 들 수 있는 우주가 있기에

우리들의 마음은 무소부재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일생을 위하여 달려가기도 하고

영생을 위하여 달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우리들의 꿈과 희망은

지구와 우주에 얽매여있어

더는 갈 수 없을 때가 있고

더는 멈춰 설 수 없을 때가 있다

 

2015년 9월 29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