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비워도 비워도 다시 채워지는 것이 탐심이라면
채워진 순간 또다시 비우게 되는 것도 탐심이다
틈만 나면 비우고 또 비워도
뒤돌아본 순간 채워지고 있는 이것들은 무엇인가
어차피 채우고 나면 비워야할 일이지만
비우고 채우고
채우고 비우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우리들이 선택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겸손과 교만이다
비운다고 비워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채운다고 채워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비울 때 비워지지 않는 것이 우주의 순리이듯이
채울 때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듯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탐심을 버린다면
그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비우는 것이 우주라면
채우는 것은 자연이다
그리고
우주의 경계를 허물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 나라면
지금 채워진 자리를 비우고 있는 것도 나다
무엇이 그토록 삶을 괴롭히고 있는가
무엇이 그토록 죽음을 괴롭히고 있는가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해 달려왔던 삶들
그것은
이승과 저승 그리고
그 빈틈에 서있는 중용의 길로 나뉘어져 있다
무턱대고 비워진 삶을 메운다고 메워질 일인가
무턱대고 채워진 삶을 비운다고 비워질 일인가
숨소리조차 흔들리지 않게 달려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 우주라면
거친 호흡을 거둬들이며 달려가고 있는 것은 자연이다
무엇이 우리들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가
무엇이 우리들로 하여금 홀가분하게 해주고 있는가
그것은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중용의 도이기 때문이다
함부로 나서는 것조차
용서하지 않는 엄격한 삶의 규율이 있기에
삶도 죽음도 함부로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비움이 있어야 채움이 있기에 그러하고
채움이 있어야 비움이 있기에 그러하다
행하라
그 누구의 말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과 우주를 위해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삶과 죽음으로 연결되어져 있기에 그러하고
한 움큼으로 이루어진 바람이 우리들 곁에 서성이고 있기에 그러하다
2015년 10월 2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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