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과 순응 - 언약식
앞뒤 구분 없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순종이라면
하늘의 뜻에 응하는 것은
순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순종은
누구한테 의지하는 것이라면
순응은
홀로서기에
능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종이
절대자에 대한 의지처이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것이라면
순응은
우주의 근원체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일이자
스스로 반응하는
해탈의 경지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이곳에서
누구한테 의지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너무 의지하다보면 자신을 드러내게 되어
삶에 대해
회의론적 기복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훌훌 털어버린 채
어디든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홀로서기를 하다보면
족쇄에 묶여 있어도
바람처럼
홀가분하게 지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구속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이든 미물이든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천명 같은 명령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천형을 받아야할
의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번뇌에 시달리거나
고뇌에 시달리더라도
홀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다니는
여유만큼은 잃지 않겠다는 것이
순례자의 뜻이기도 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유입니까
이 얼마나 여유로운 행복입니까
우리들에게
이 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숨이 막혀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 묶어놓아도
자유롭게 지날 수 있는
길 하나만큼은
터놓고 있는 것이 하늘의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쁘고 힘든 가운데서도
여유만큼은 잃지 않도록
하늘이 배려해 놓은
우리들만의 통로이자
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암호는 해독하라고 있는 것처럼
순종이든
순응이든
하늘과 인간이 만들어낸
우주적인 작품과
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면
그것으로
언약식은 마무리 되어집니다
2015년 2월 12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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