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노래하는 청량산
생명의 기쁨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데에 있다.
달려가라고 한 적도 없는데
달려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둘레 길을 걷다보면
통나무 산책길로 다가와
생명의 신비에 대해 속삭이곤 한다.
눈을 뜬 순간
우리들 눈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향연이 시작된 것이다.
어서 오라고!
어서 가라고!
그래,
초혼(招魂)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다시는 피지 않을 것 같은
봄이었건만
때 되면 나타나는 생명의 잔치는
우리들의 눈을
우리들의 귀를
우리들의 오감과 육감을 자극한다.
바람으로 다져진 강인한
여름의 무성한 잎보다는
아기 손 같은 여린 잎이기에
가슴을 울리며
영혼을 울리고 있다.
보라!
꽃보다 아름다운 연약한 잎들을
잡아도
놓아도
수천수만의 행렬로
줄지어 서있는 잎들을
분명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면의 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침묵의 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면의 소리도
침묵의 소리도
들리지 않기에 손을 놓고 말았을 것이다.
간다고 다 가는 것이 아니듯이
온다고 다 오는 것이 아니듯이
오가는 길목에서
안부라도 물을 수 있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4월과 5월은
우리들의 함성이 녹아있는 불행한 달이자
홀로
또 다른 선물을 안겨주고자
손을 흔들고 있는 자연이 곁에 있다.
걱정 말라고!
안심하라고!
평정심을 찾으라고!
벗이여!
생명의 벗이여!
죽음의 벗이여!
아니,
탄생과 소멸의 역사를 딛고 서있는
우주의 섭리여!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 되어
숨 쉬고 있는
자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가?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역사가 시작되어지는 곳이자
그 끝을 바로 세워나가는 자연이 있어
행복한 것처럼
발끝으로 전해지는 우주적인 힘이 있어 좋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풍부한 감성이 있어 좋은 것처럼
해마다 함께 호흡하며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은가?
생사여탈(生死與奪)은 하늘의 뜻이거늘!
어찌 대항할 수 있겠는가?
숨는다고 숨을 수가 있겠는가?
드러낸다고 드러낼 수가 있겠는가?
지름길로 먼저 달려와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들의 신!
차라리 땅을 치거나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이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처럼
우리들 또한 자연과 더불어
하나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그것이 생명이든
그것이 죽음이든
제각기 흩어졌다가
다함께 다시 모인 후
모두가
하나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2014년 5월 10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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