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허공과 공허

청아당 2014. 4. 14. 21:48

허공과 공허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허공이다.

흔들어도 흔들리는 것은 공허이다.

침묵 속에서

고요 속에서

우주공간에서조차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허공이요

흔들어도 흔들리는 것은 공허이다.

 

허공이라고 해서 모두가 공허하지 않듯이

공허라고 해서 모두가 허공이지 않듯이

허공은 채우라고 있는 것이요

공허는 비우라고 있는 것이다.

 

허공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공허는 비워도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면 허공이요

한쪽으로 쏠리면 공허이다.

 

그러고 보면

허공과 공허는 그대로인데

우리들 마음만 흔들리고 있을 뿐

그 어느 것 하나 따로 움직이는 법이 없다.

 

간다고 다 가는 것이 아니듯이

온다고 다 오는 것이 아니듯이

중심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 어느 곳에서든지

중용의 도를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보라!

기뻐한다고

즐거워한다고

손뼉 친다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보라!

슬퍼한다고

고뇌한다고

좌절한다고

불행을 느끼는 것이 아니듯이

 

바로 그 자리에서

쓰러지거나

일어나거나

중용의 세계에서는 흔들리는 법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가?

죽음의 경계에서조차 목표를 향해 달리는 끈질긴 생명력이지 않은가?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추진력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에너지가 또 있겠는가?

멈춤 속에서조차 움직이고 있는 우주의 대생명력이 보이지 않은가?

우리들 주변을 늘 배회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말한다고 움직이고

침묵한다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우주를 모독하는 일이자

하늘의 뜻에 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보라!

수많은 존재들이 우주를 다녀갔지만

흔적조차 있는지를…

생각은 생각을 낳고

명상은 명상을 낳을 뿐

더 이상 허공을 흔들거나

공허를 흔들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2014년 4월 13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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