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우주에서 불어오는 바람

청아당 2011. 12. 2. 23:45

우주에서 불어오는 바람

 

굴삭기로 파내려가는 지구의 운명은

뜨거운 열기에 의해 녹고 있는 빙하와 같다.

얼마나 더 달려야 지구가 파괴되는지

얼마나 더 붙잡고 있어야

온전한 지구의 땅을 밟고 서있을 수 있을지

그 끝은 알 수 없다.

바람은 날마다 분다.

어떤 때는 바다에서 하늘을 향해

수평선과 맞닿는 용오름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죽음의 바다 고드름에 의해

닿는 순간 물고기들을 얼려 파괴하며 겁을 주기도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주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자고나면 새로운 일상의 문제로 고민하며

해답을 찾아내기에 급급하다.

그렇다 우리에게 화두처럼 제시된 삶의 영역과 방법

죽은 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산자에 대한 배려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삶을 무상하게 만들거나

삶에 대해 회의를 느끼도록 부채질하고 있지만

어쩌면 살아있는 자에 대한 삶의 방향이자 길이기에

땅바닥에서 일어서는 노숙자의 뻐근한 하루와 같다할 수 있다.

그리고 돌아서기와 뒤돌아보기는

같은 주파수대역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선과 악의 경계에서 분별되기를 원하기도 한다.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채

세월의 어깨에 부딪히며 나뒹구는 낙엽처럼

손만 내밀며 허공을 휘젓고 있다.

떨어지는 것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지만

떨어지는 속도에 의해

낭만과 조급함이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는 길이 다 그렇다.

길은 또 다른 길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그대로 믿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부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가 한마음으로 뭉치기보다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도전정신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에

과거에 없었던 영역의 터에 새로운 문명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분명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인구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날이 오늘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언젠가는 지구의 분노가 우주를 향해 치솟을 때

사람들의 아우성은 귓가에 더욱 선명하게 들릴 것이다.

눈은 뜨라고 있는 것이지만

눈은 감기를 좋아하며

우주에서 영감으로 내려오는 촉수를 정수리에 꽂아가며

바람을 세고 있다.

한 번씩 불어오는 바람은 태양풍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불어오기도 한다.

우리들은 달리라고 하면 달릴 것이고

우리들은 서라고 하면 설 것이다.

우주에서 불어오는 바람만 없었다면

지구에서 불어오는 바람만 없었다면

그 어느 때보다 사치와 호화로움에 만족하며

세계경제의 위기를 조용히 불러들일 것이다.

오늘도 그렇게 하고 있고

내일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한쪽이 모자라면

채워지는 침묵 속에서 우주를 발견하거나

한쪽이 넘쳐나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고요 속에서

자연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꿈은 꿈으로 남는 것이 원칙인데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 달려가고

행동보다는 새로운 미래에 대해 각박한 현실을 등에 업고

자연을 향해 달려가기도 하고

우주를 향해 달려가기도 한다.

그것이 끝이고

그것이 시작임을 무시한 채

끝과 시작의 울타리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달려가기를 원하고 있다.

 

2011년 12월 2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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