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과 허상
있는 것과 없는 것
이 둘의 차이점은
실존과 허상이라는 족쇄이다.
발을 묶고
손을 묶고
몸을 묶는다면
실존과 허상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바람이나
저 멀리서 달려오는 구름이나
손에 만져지지 않는 것은 똑같다.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는지
원래 나비였던 자기가 꿈속에서 장주가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꿈”
장주지몽(莊周之夢)처럼
자나 깨나 실존과 허상의 굴레는
우리들 곁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생각하는 순간
세월은 저 멀리 달아나버리고
생각하지 않는 순간
우주의 끝에 매달려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간다는 것
온다는 것
낙엽의 끝을 붙잡고
세월을 흔들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오가는 길목엔 늘 새로운 무언가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다는 것은 죽음이요
온다는 것은 생명이지만
현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죽음과 생명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점이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도
저곳에서 영혼을 깨우며 흔들고 있는 유혹이 살아있는 한
마음이 방황하기도 전에 발걸음부터 방황하기 시작한다.
항상 끝은 아름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시작은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기에
끝에 있든
시작에 있든
우리들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
2011년 12월 3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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