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실존과 허상

청아당 2011. 12. 3. 20:59

실존과 허상

 

있는 것과 없는 것

이 둘의 차이점은

실존과 허상이라는 족쇄이다.

발을 묶고

손을 묶고

몸을 묶는다면

실존과 허상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바람이나

저 멀리서 달려오는 구름이나

손에 만져지지 않는 것은 똑같다.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는지

원래 나비였던 자기가 꿈속에서 장주가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꿈”

장주지몽(莊周之夢)처럼

자나 깨나 실존과 허상의 굴레는

우리들 곁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생각하는 순간

세월은 저 멀리 달아나버리고

생각하지 않는 순간

우주의 끝에 매달려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간다는 것

온다는 것

낙엽의 끝을 붙잡고

세월을 흔들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오가는 길목엔 늘 새로운 무언가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다는 것은 죽음이요

온다는 것은 생명이지만

현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죽음과 생명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점이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도

저곳에서 영혼을 깨우며 흔들고 있는 유혹이 살아있는 한

마음이 방황하기도 전에 발걸음부터 방황하기 시작한다.

항상 끝은 아름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시작은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기에

끝에 있든

시작에 있든

우리들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

 

2011년 12월 3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