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손에 쥐어진 한순간

청아당 2011. 11. 14. 21:00

손에 쥐어진 한순간

 

앞으로 달릴 때가 좋았다.

뒤로 달리는 사람들은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앞으로 달리는 사람들은 새로운 끝을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거나

가도 가도 시작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주의 어떤 선도 밟아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석상처럼 서있게 된다.

생명이 없는 그 모습으로

바람조차 불지 않는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은

하늘과 땅을 갈라

하나로 되는 법을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토록 육신을 힘들게 하고 있는지

무엇이 이토록 정신을 힘들게 하고 있는지

고공행진이 어디까지 치솟아 올라야

멈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삶이 진행되어져 가고 있고

생명이 남기고간 가을 잎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그런 날들이기에

눈을 감지 못한 채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있었고

새로운 삶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삶은 살만하다는

긍정의 효과 하나로 버텨온 날들이기에

참으로 견디기 힘든 날들이었지만 참고 달려올 수 있었다.

누워있거나

서있거나

앉아있거나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은 자연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그 끝이 어디에 있는지

도대체 그 시작이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지

우주보다 더 큰 칼로

해부를 해보아도 남겨지는 것은

단지 침묵으로 말하고 있거나

고요와 정적으로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사는 것은 간단한지도 모른다.

살아있으니까 살아가듯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때문에

바로 그 자리에 서있을 수 있었다.

앞으로 달려갈 때는 몰랐던

과거의 뒤돌아보기는

수십억 년을 한순간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손에 남는 것이 없다는 진리로 코끝을 잡아당기기도 한다.

그래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눈 한번 감았다 떠보면 알 수 있는

우주적인 진리가 살아있는 한

지금보다 더 큰 상상력을 자극할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시작이 있기에 살만하고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끝이 있기에 살만하다는

자연의 법칙이자 우주의 법칙이

우리들 주변을 감싸며 옹호하고 있는 한

우리들은 외롭지 않게 한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

그 어떤 유혹으로도 흔들 수 없는

금강석보다 더 강한 삶의 집념으로

두 다리를 쭉 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지 않는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가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서

우리들끼리 시작과 끝을 정해놓고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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