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끝

청아당 2011. 10. 15. 21:02

 

생로병사의 끝에는 시작이 있지만

시작의 끝에는 끝이 없다.

한 바퀴 뒤에는 두 바퀴가 기다리고 있지만

끝에는 시작이라는 문이 열려있다.

시작과 끝이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처음과 나중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처음은 설렘에 대한 기다림이고

나중은 오랜 숙원을 풀어야하는 숙제이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듯이

처음이 있으면 나중도 있게 마련이다.

끝은

죽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는 환생이라는 뜻도 있다.

반드시 전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늪에 들어갔다 나온 모습으로 태어남을 뜻한다.

우리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손에서 모든 것을 놓을 때 느낄 수 있는 우주적인 감각이자

깊이 더 깊이 들어갈수록 느껴지는 명상과도 같은 감각이며

초월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각과도 같다.

깨달음 뒤에는 평범이라는 단어가 억누르고 있듯이

신비의 뒤에는 평범의 무덤이 잠들어 있다.

언제든 손만 내밀면 만날 수 있는 그런 감각이자

우주와 만날 수 있는 긴밀한 관계이기도하다.

정신이 맑아지는 가운데 영적능력이 발달하듯이

하늘과 땅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엔

신비라는 단어가 감싸고 있으며

오묘한 우주적인 언어로 연결되어져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끝은 시작이요

시작은 끝이니

그 다음은 처음과 나중이라는 단어가 우주를 감싸기도 한다.

참으로 깊고도 깊은 우주의 세계는

무지개를 밟고 지나가는 소리와 같고

하늘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사람과도 같다.

만약 그 누가 평범이라는 무덤을 흔든다면

곧바로 우주와 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끝은 시작이요

시작은 끝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요

우주와 자연의 뜻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끝은 우주와 함께 잠자리에 들만큼

친숙한 관계로 이어져있고

시작은 우주를 흔들고 있는 바람에 의해

문밖에서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 있다.

 

2011년 10월 15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