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휴휴암(休休庵)과 바다의 넉넉한 마음

청아당 2011. 2. 17. 10:44

휴휴암(休休庵)과 바다의 넉넉한 마음

 

모든 세상을 뒤덮을 수 있는 것은

눈이다.

새벽을 깨워

하늘을 덮고

바다를 덮고

산을 덮는다.

“1m 가 넘는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큰 피해를 당한 동해안!

구제역에 이어 폭설피해까지 지역 경기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중장비를 동원하여

차량들이 다닐 수 있도록 차도부터 먼저 치운 후

인도를 치우고 있다.

이번 폭설로 축사가 무너지고 비닐하우스가 주저앉은

영동지역 피해액만 120억 원이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겪는 일이라

많은 눈이 내려도 속초사람들은 무덤덤하다.

그렇지만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속초 엑스포 주변 공터에다

시내에서 퍼온 눈 쓰레기를

산처럼 쌓아놓고 있다.

그것도 부족하여

속초항인 청초호수에 눈을 퍼다 쏟기도 하고

영금정 항구 바다에 눈을 퍼다 쏟기도 한다.

군인들도 손발을 걷어붙이고

삽으로 눈을 퍼내거나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중장비를 이용하여

영금정 입구에 쌓인

폭설을 밀어내고 있다.

실제로 눈 한 방울 맞지 않고 펼쳐진

설원을 감상하기엔

너무나 많은 눈이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덮고 있다.

영동고속도로엔 이미 눈길이 치워져있고

마치 전세를 내어 홀로 달리는 기분이다.

혹여

햇볕에 녹아내린 눈이 얼어

밤길에 위험하지 않도록

제설차량의 행렬이 줄지어 달리며

눈을 치우고 또 치우며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덕분에 쾌적한 속도로 평상시와 같이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달리는 곳은

강릉을 지난 다음 현남 IC 를 빠져나와

휴휴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에 위치한

관음성지 휴휴암에 내린 눈은

눈 속에 파묻힌 자동차를 덮고 있고

바위에 부딪히기 위하여 달려온

파도가

하얗게 쌓인 눈을 보고

뒷걸음질 치며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마음 놓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 기댈 수 있는 곳

거북바위로 유명한 관음성지

쉬고 또 쉬워도 하늘이 용서한 휴휴암(休休庵)

한국석조각예술원

고석산 명장이 3년간의 작업 끝에

양양 “지혜관세음보살상”을 탄생시켜놓았다.

“총 높이 53척, 통돌 300톤으로 조성된

국내 최초의 매머드급 지혜관세음보살은

학문통달과 지혜를 주시는 보살님으로

해상용왕님, 남순동자와 함께 관음용선을 타고 항해하며

중생들을 구제하는 모습으로 조성되어졌다.”

그리고 하늘과 맞닿아있는 겨울바다 수평선은

두 겹의 띠로 단단하게 묶어 바다를 감싸고 있다.

보는 눈은 아름답지만

정작 바다에 풀어져있는 파도는

기쁨을 주기도하고

슬픔을 주기도하면서

갇혔던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겨울여행 중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과 들

바다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길

영동고속도로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산과 바다에 넉넉한 마음을 띄어놓고 있다.

언제든 필요하면 달려와 쉬어가라고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로 말하며

꿈보다 더 아름다운 산바람과 바닷바람이 있어

위안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뒤로 달려가는 파도와 이상향을 이야기하며

그곳에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느냐고 물어보지만 대답은 없다.

하지만 억겁의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닷바람에 밀려온 파도소리와

설악산에서 내려온 바람소리일 것이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설원의 눈부심으로

발끝에 매달려 햇볕이 녹고 있지만

우주적인 발걸음은

동해를 걷기도하고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을 걸으며

오늘 하루도 즐거웠었다고 침묵으로 말하고 있다.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우주의 바람처럼

침묵이 아니면 바람을 흔들 수 없다며

침묵이 아닌 침묵의 고요를 흔들고 있다.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휴휴암과 바다의 넉넉한 마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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